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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통제 사회와 외모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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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5 00:41:10 수정 : 2024-10-25 00: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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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는 크게는 과학기술이 주요한 소재로 쓰이고 주로 미래 사회를 그리는 영화를 지칭한다. ‘매드 맥스’ 시리즈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이 핵전쟁이나 거대한 자연 재난 이후에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다루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SF영화는 인류의 미래 사회를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인간의 복지와 편리가 크게 증진된 것으로 설정한다. 이런 복지와 편리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으며 일부 사회 엘리트에게 집중되고 나머지 계층은 이로부터 배제되고 가난하게 사는 것으로 나온다. 또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이상적인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가 사실은 추악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어글리’가 이런 예이다. 미래 사회에는 학교에 다니는 모든 이들이 졸업하면서 성형수술을 받아서 아름다운 사람으로 다시 탄생하고 이들을 ‘프레티’라고 부른다. 프레티들은 자기들만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이 작품 이전에 인간을 부유한 지배계급과 가난한 피지배계급으로 나누고 피지배계급에 속한 이들이 지배계급에만 허용된 것들을 누리려 하거나 지배계급으로 편입하려는 꿈을 꾸는 존재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있었다. ‘헝거 게임’ 시리즈나 ‘가타카’, ‘엘레시움’이 그 예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의 고전은 프리츠 랑의 1927년 작 ‘메트로폴리스’이다. 이런 작품들은 대체로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에 따라 사회 계급 간의 격차가 늘어나는 현상이 영화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 메트로폴리스는 고층건물의 수직 이미지와 건물 위층에 사는 상류층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고 지하에 거주하면서 노동하는 하층 계급의 삶을 대비해서 보여주고 하층 계급의 봉기와 사회 혼란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한편, 또 다른 특이한 작품은 ‘도망자 로건’(1976)이다. 이 작품에서는 젊은이들이 폐쇄된 돔 건물에 살고 이들은 서른이 되면 공중에 매달린 회전목마를 타다가 레이저 광선을 맞고 사라지는데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레이저 광선을 맞은 이들이 더 높은 단계로 승천한다고 믿는다. 또한 이들은 돔 밖은 위험으로 가득 찬 곳으로 인식한다. 즉, 이 작품은 통제된 사회에서 잘못된 믿음을 주입받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사는 곳 이외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한다고 설정한다.

‘어글리’도 등장 인물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빼어난 외모와 화려한 삶을 사는 경로 이외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모른다는 점에서 ‘도망자 로건’과 설정이 비슷하다. ‘어글리’는 어글리와 프레티로 나누는 설정으로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지만, 프레티가 되지 못한 이들이 겪는 사회적 곤란이나 어려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위의 다른 작품들이 생존과 평등문제를 다룸으로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것과 대비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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