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홀 승부수 통했다… 안병훈 무서운 뒷심

제네시스 챔피언십 제패

김주형과 연장 혈투 끝에 결국 웃어
세컨샷을 드라이버로… 추격 발판 마련
경기장 찾은 할머니 안고 감격의 눈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병훈(33·CJ)과 김주형(22·나이키)이 한 차원 높은 실력을 국내 무대에서 뽐냈다. 가까운 사이이자 경쟁자인 두 선수는 인천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파 72·7470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0만달러)에서 첫날부터 1위 자리를 놓고 싸웠다. 두 선수의 우승을 향한 경쟁은 연장에서 갈릴 정도로 치열했고, 결국 안병훈이 웃었다.

3라운드를 12언더파 204타로 마쳐 공동 선두에 오른 두 선수는 27일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다. 안병훈은 최종일 12번 홀(파4)까지 김주형에게 2타 뒤져 공동 3위까지 밀려나면서 승부가 갈리는 듯했다.

어머니 자오즈민과 기쁨의 포옹 안병훈(오른쪽)이 27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중국 탁구스타 출신 어머니 자오즈민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KPGA 제공

하지만 안병훈은 15번 홀(파5)에서 승부를 걸었다. 티샷 후 핀까지 290야드(265m)를 남겨둔 상황에서 드라이버를 잡았고, 이 샷으로 공을 그린 위에 올려 놨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자신감이 붙은 안병훈은 김주형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안병훈은 김주형에게 1타 뒤진 채 맞이한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반면 여기서 김주형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한 바퀴 빙글 돌더니 튕겨나갔다. 안병훈과 김주형은 나란히 4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쳤고,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1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마쳤다. 3위는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히카르두 고베이아(포르투갈)가 차지했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에서 안병훈은 버디를 잡았고, 집중력을 잃은 김주형은 보기를 범하면서 결국 승부는 마무리됐다. 안병훈은 경기장을 찾은 할머니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안병훈은 “15번 홀에서 타수가 벌어지면 끝난다는 생각에 드라이버를 잡은 것”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뒷바라지를 해준 할머니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단독 주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관하면서 대회 규모가 커졌다. 우승 상금은 68만달러(9억4500만원)로 늘었고, 우승자에게는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출전권 등이 주어진다. 이런 대회에서 KPGA 선수들 가운데 ‘스크린골프 황제’ 김홍택(31·볼빅)은 이날 3언더파를 치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9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KPGA선수 가운데 이번 대회 톱10에 오른 건 김홍택이 유일하다.

한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지한솔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한솔은 이날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잡아내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면서 박주영, 이율린 등 공동 2위 선수들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지한솔은 2022년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 2년2개월 만에 투어 4승을 달성하며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챙겼다.

정필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