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압수수색에 정신장애 피의자 가족만 참여…대법 “참여 능력 없으면 위법” 첫 판단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10-28 11:00:30 수정 : 2024-10-28 11:03: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참여자가 절차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집주인 등 관련자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이달 8일 파기환송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주거지에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보관하던 대마는 그의 딸 B씨에 대한 별개의 수사 과정 중에 발견됐다. B씨도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았는데 이를 위해 수사기관이 주거지를 수색하던 중 금고에 있던 A씨 대마를 찾은 것이다.

 

재판에서는 당시 압수수색에 B씨만 참여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형사소송법(123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주거주(집주인)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1·2심은 B씨를 ‘주거주에 준하는 사람’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정신장애가 있는 B씨에게 압수수색 ‘참여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당시 압수수색으로 얻은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압수수색 참여자의 참여능력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집주인 등이 압수수색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절차보장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2016년 12월부터 이 사건이 발생한 2019년 5월까지 정신질환 등으로 10여차례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고 심리평가 결과에서도 지능이나 사회성숙연령이 낮게 나왔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참여하는 이는 최소한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참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는 등의 헌법적 요청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씨의 압수수색 절차 참여능력이 부족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수사기관도 그의 정신과 치료 내역 등으로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B씨만 참여시킨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