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기준 중소기업 재직자 1737명 신청 완료
IBK기업은행 구로동지점서 상품 첫 1·2호 가입
“정부 지원보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효과적”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중소 제조회사에 다니고 있는 조교흠씨.
30대가 되면서 결혼 자금에 목돈 마련까지 장기 저축 계획에 골머리를 앓던 중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우대해주는 저축공제 상품에 가입했다.
본인 납임금에 기업 지원금이 더해지고 세액 공제 혜택도 있어 일반 저축상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조씨는 “사회초년생들한테는 기본적인 자산을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아직 다닌 지 얼마 안 돼서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회사에서 20%를 부담해주고 최대 5%까지 금리가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상품들에 비해 차별성도 있고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했다”고 가입 이유를 밝혔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상품 배송 대행 서비스 회사에 재직 중인 이윤지씨도 출근 전 은행에 들러 상품에 가입했다.
기존 청년 저축상품보다 나이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이가 걸려서 청년 대상 저축상품들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면서 “지금 회사에 계속 재직할 생각이 있었는데, 나이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이율도 높은 상품이 생겨서 바로 왔다”고 말했다.
28일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 상품이 정식 출시된 가운데, IBK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는 상품 가입을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는 중소기업 재직자의 장기 재직 유도와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IBK기업은행, 하나은행이 협업해 만든 신규 정책금융 상품이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월 10만~50만원을 5년 만기로 납입하면 기업이 납입금액의 20%를 지원하고, 협약 은행이 최대 2%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본금리 3%에 우대금리 2%를 적용하면 최대 5%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월 50만원을 납입한 근로자는 기업 지원금 월 10만원에 5% 금리를 적용해 5년 만기 시 4027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개인 납입금 3000만원에 기업 지원금 1027만원이 더해진다.
중기부에 따르면 상품에 가입을 희망하는 신청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5일 18시 기준 중소기업 567개사 소속 재직자 1737명이 상품 가입 신청을 완료했다. 일평균 434명이 신청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출시 당시 5일간 일평균(193명) 신청자 수보다 2배가량 많다.
가입자 독려를 위해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출근길 팸플릿을 전달하는 가두 홍보 캠페인에 나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시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원금 포함)134%의 수익률이 있고 여기에 더해 교육 바우처나 건강검진비, 휴가비 지원 등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재직자뿐 아니라 고용주들께도 도움이 되는 좋은 상품”이라고 전했다.
이번 상품은 기존 내일채움공제의 단점을 대폭 완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일채움공제의 경우 개인 남입금의 200%를 기업이 부담해야 했다. 또 사업주가 지정한 핵심 인력 위주로 지원할 수밖에 없어 재직자의 0.3%만 가입할 수 있었다.
높았던 기업 부담금을 20%로 낮추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외국인, 육아휴직자 등 보다 많은 재직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폭넓은 지원이 가능해졌다.
직원들에게 상품 가입을 독려한 박철수 (주)아워박스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복리후생이나 월급 수준이 대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채용도 힘들지만 직원을 길게 재직하게 만드는 게 굉장히 힘들다”면서 “직원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근로자 납입금의 20%를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감내할 만하고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만기 시 세액 공제 등의 세제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근로자는 소득세 50%(청년 근로자 90%)를 감면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기본 세율에 따른 절세 효과가 있다.
중기부가 지난 6월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중소기업 대표 32명을 대상으로 유선 조사한 결과, 전체의 94%가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승일 (주)에이알 대표는 “현재 재직 2년 이하 신입사원 12명이 이 상품을 신청했다”며 “이런 좋은 상품이나 제도가 많이 나와서 회사의 장기근속자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기부는 기존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가 10.7% 상승하고 근속기간이 2.7배 증가한 만큼, 이번 상품도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기피 현상과 잦은 이직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의 하향식 지원보다 민간의 자발적인 협업을 통한 상품 운영이 제도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 장관은 “정부 재정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계속해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경력 단절자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 만큼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려면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단 민간이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의 첫 1호, 2호 계약자는 구로공단 내 IBK기업은행 구로동지점에서 나왔다.
과거 섬유, 전자, 기계 산업 등 수출 위주의 전통 제조업에서 현재 IT와 첨단 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한 구로공단에는 지식산업센터 160여 개와 기업 1만4천여 곳이 위치해 약 14만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다.
신정성 IBK기업은행 구로동지점장은 “이번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 상품의 첫 1호, 2호 가입을 저희 지점에서 하게 돼 감사드린다”며 “구로공단 내 1호 지점으로 60년 가까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재직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온 만큼 앞으로도 열정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협약 은행인 기업은행에서는 가입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5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원한다. 해당 포인트는 대출 이자와 카드 결제대금 등에 사용 가능하다. 또 가입자 10만명 달성까지 매 1000번째 가입자에게 연 3.0%포인트의 특별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하나은행에서는 가입 근로자에게 5000 하나머니를 제공하고, 가입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기업의 대표자 앞으로는 최대 50만 하나머니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가입을 희망하는 재직자는 소속 회사와 협의해 중진공의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에 가입하면 된다. 신청 승인 기업에서 기업 지원금 1회차 납입이 확인되면 기업은행이나 하나은행 지점과 홈페이지, 앱 등을 통해 적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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