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만일 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문체부가 요구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관리 단체로 지정해 모든 임원 해임, 예산 지원 중단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우 문체부 조사단장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와 같은 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 최종 발표를 했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달 10일 중간 발표에서 김 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배임 등 일명 ‘페이백’ 의혹에 대해 횡령·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협회가 개인 후원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도 후원사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선수에게 전달하지 않은 정황도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날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가 운영하는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 리그에서 보조금법 위반 사항이 다수 발견돼 환수 절차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2020년, 2023년, 2024년에 승강제 리그에 물품 지원에 26억 1000만원을 확인했고, 소위 페이백 문제는 2023년, 2024년에 한해서 2억7000만원을 부정 수급한 것을 확인했다. 모두 200%~300%로 즉시 환수 받을 예정이다. 선수들에게 미지급한 상금도 모두 환수 받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협회 직원 18명 중 17명이 회장의 폭언과 과도한 의전 요구, 운전 수행 강요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무법인 조사 결과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관계 기관에 정식 신고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김 회장이 문체부 조사단의 조사에 불응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안세영과 조사 과정서 선수들이 지적한 대표팀 운영 문제도 대폭 개선한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부상 진단과 치료, 재활 선택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한다. 선수들이 재활과 치료를 더 좋은 환경에서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주말 및 공휴일에 외출과 외박이 가능하도록 하고, 청소·빨래 등 생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선할 방침이다. 새벽 훈련 및 산악 훈련을 폐지, 자율화하여 선수들이 개별 상황에 맞게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단식과 복식에 맞는 맞춤형 훈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도자 인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와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대회 출전 제한 및 선발 방식과 연봉 체계도 손본다. 문체부는 “협회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을 비롯해 국가대표 임무 규정과 선발 방식, 실업 선수 연봉 계약 등에 걸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업팀 선수 연봉과 관련된 학력 차별을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선수들이 개인 후원사의 로고를 유니폼에 노출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력과 연관된 장비나 용품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한다. 복식 선발 시 평가위원 평가점수를 폐지하고, 세계 랭킹 상위 32위까지의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선발 체계를 공정하게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정우 단장은 “국가대표 지원 강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들인데, 이제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다른 종목 선수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 꼭 살펴보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의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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