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잡문집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창비/2만2000원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글쟁이’로 규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산문 형식을 벗어난 ‘잡문’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문호 루쉰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특히 ‘글쟁이의 현장은 원고지’라며 지식인의 책임감을 글로 표현하고자 애써왔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고고한 지식인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잡초 공적비’를 통해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볼 수 있고, ‘통문관 옛 주인 이겸로 선생’과 ‘우리 어머니 이력서’ 등에서는 한 인물의 역사적 서사를 통해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특히 ‘국보급 역마살’로 통하는 답사꾼답게 북한, 중국, 일본 등 답사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빚어내는 긴장과 역동을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풀러낸다. 마지막 장은 리영희, 백기완, 신영복, 이애주, 박형선, 홍세화, 김민기 등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글들을 모았다.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뭉클하게 표현한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부록으로 실린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에 눈길이 더 갈 수도 있다. 저자는 글쓰기의 핵심에 대해 당나라 한유의 시구를 빌려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하되 한마디 놓친 것이 없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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