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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구 고문자연구가 “중국 적봉 근처서 갑골문보다 몇 세기 이상 앞선 문자 확인”

입력 : 2024-11-01 16:28:32 수정 : 2024-11-01 16: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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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적봉시 옹우특기 두패자(頭牌子) 유적에서 발굴된 하가점하층문화(夏家店下層文化)의 청동시루에 글자 2개가 새겨져 있다. (宁,저)는 ‘천자(天子)가 제후의 조회(알현)를 받는 자리’, (墉,용)은 ‘천자국의 궁성(용성)’을 표시한 ‘갑골문형 고금문(古金文)’으로 고석(考釋)된다.”

 

저(宁)와 용(墉)으로 고석되는 갑골문형 고문자

고문자연구소장 이찬구 박사는 최근 ‘역사와 융합’에 발표한 ’적봉지역 하가점하층문화에서 발굴된 고문자 저(宁)와 용(墉) 고찰’ 이라는 학술 논문을 통해 “중국 적봉 근처에서 나온 청동시루, 갑골문보다 몇 세기 이상 앞선 문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골문을 포함한 한자의 성립 시기를 대체로 기원전 14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찬구 박사가 주목한 청동시루(靑銅甗)는 하가점하층문화 청동기술의 초기 단계의 산물로 갑골문 사용 시기보다 몇 세기 이상 앞선 유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 고고학계는 적봉 일대의 하가점하층문화를 기원전 2300년~기원전 1600년의 문화로 보고 있고, 그 중간 연대를 추정한다고 하더라도 기원전 2000년경의 청동기로 볼 수 있다.

 

고문자가 발견된 두패자 유적의 청동시루
청동시루 안쪽에 양각으로 새겨 있는 2개의 글자

이 박사의 이런 연구에 실마리를 준 것은 중국학자 소혁(蘇赫· 1925~1999)이다. 소혁의 독음(讀音)을 참고하되 갑골문을 비롯한 각종 경전을 비교 분석해 해독했다. 이 박사의 해독 결론은 이 두 개의 문자가 ‘천자국의 궁궐 문자’인 ‘저(宁)’와 ‘용(墉)’이며, 문자의 형태는 ‘갑골문형 고금문’이라는 것이다.

 

소혁의 논문 발표 이후 40여년만에 ‘저’와 ‘용’을 해독한 이 박사는 “이 문자가 천자의 예제(禮制)와 관련 있으며, 고조선의 문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이 박사는 같은 적봉 일대 삼좌점(三座店) 석성에서 출토된 도문을 각각 기(其)와 전(典)으로 고석했다. 이와 거의 같은 시기로 추정되는 요(堯)의 도사(陶寺) 유적에서도 유사한 2개 글자가 발굴돼 고조선과 요가 『삼국유사』에서 말한 여요동시(與堯同時)임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구 박사가 고석한 4개의 고조선 문자들

이 박사의 해석이 주목받는 것은 하은주(夏殷周)가 아닌 적봉 일대의 북방지역에 ‘천자국’의 존재 가능성을 입증한 문자라는 사실이며, 또 적봉 지역 문자에서 한자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의 주장대로라면 기존 학설과 달리 한자의 기원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우실하 교수는 이 박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신석기시대 토기에도 도문(陶文)이라고 불리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지만, 아직은 ‘문자’ 단계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하가하층문화 시기의 두패자(頭牌子) 유적의 명문을 ‘문자’로 볼 수 있는가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이 두패자 유적의 명문은 이후의 상대 갑골문이나 금문으로 바로 이어지고 있어서, ‘문자’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이어 “이것이 요하문명의 초기 청동기 유적의 최대 밀집 지역이자, 고조선의 초기 중심지로 보이는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고조선 문자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고조선 문자와 한자의 기원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찬구 박사는 지난 6월 ‘고대 정전제의 시원 문제와 고조선’ 이라는 학술 논문을 통해 “왕도정치의 기반인 정전제(井田制)가 고조선에서 시작되었다”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홍산문화 우하량 유적 16지점에서 발견된 ’정전벽돌‘과 각종 경전을 근거로 정전제의 시원이 고조선이라는 것을 논증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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