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겹치는 이른바 ‘3고’ 위기 속에 출범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이 급증한 가운데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까지 겹치면서 2022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5.1%까지 치솟았다. 2021년 7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0.50%→0.75%)에 나선 한국은행은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0%로 올리며 통화긴축을 지속했다. 고금리는 올해 10월 0.25%포인트 내리기 전까지 38개월 동안 지속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도 부진했다. 2022년 10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한 이후 2023년 9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2023년 성장률은 1.4%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화한 고금리에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특히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위기 확산 우려가 컸지만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사태 확산을 막았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를 기록 2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감세를 동반한 건전재정을 표방, 긴축재정을 이어가면서 내수 회복은 지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감소했다. 지난해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는 98만6487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분배 격차는 커졌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시장소득으로 측정한 5분위배율(소득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2022년 2분기 15.6배에서 2024년 2분기 18.2배로 증가했다. 올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31번의 여론조사 중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경제·민생·물가’는 26번 1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세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민생경제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재정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수효과와 건전재정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경제안정화 정책은 잠재성장률 제고는 물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부 유럽국가들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긴축정책으로 선회함으로써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는데, 이런 자멸적 긴축재정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혁신으로 성장동력을 살리고, 분배구조의 개선으로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혁신적 포용 국가’의 조세·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분배구조의 개선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소득지원의 차원을 넘어 성장과 복지국가 발전의 토대 구축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수기반이 취약한 경제구조에서 재분배정책은 내수 확장의 주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정책에선 정부가 ‘시장 정상화’를 내걸고 여러 규제 완화책들을 내놓았지만 계속된 여소야대 상황에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는 “시장 정상화의 성과가 (윤 정부가) 이야기했던 것만큼, 또 원했던 만큼 만들어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도심에 일정 부분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공급이 이뤄져야 향후 부동산 가격 급등을 방지할 수 있다”며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해 재개발·재건축 (관련 법 통과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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