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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이다. 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과 함께 3대 영화상으로 불린다. 대종상의 뿌리는 문교부에서 1959년부터 1960년까지 2회 시상한 우수국산영화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61년 주관이 공보부로 바뀌면서 제1회 한국최우수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1962년 대종상으로 이름이 바뀌어 이어오다가, 1992년 삼성그룹이 단독 후원을 맡아 영화인협회와 공동 주최했다. 대종상 시상식은 장안의 화제였고, 영화인들이 이 상을 타는 걸 가장 영광스러워할 만큼 권위가 있었다.

하지만 심사 공정성 논란과 수상자 불참, 대리 수상 등으로 파행을 겪으며 대종상 위상이 추락했다. 1996년에는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 ‘애니깽’에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줘 논란이 컸다. 이 여파로 후원을 맡았던 삼성그룹이 철수하며 대종상은 위기를 맞이했다. 2001년에는 심사 공정성에 물의를 빚어 집행위원들이 총사퇴하는 파동도 겪었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한 작품에 무려 15개 상을 몰아줘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얻었고, 2015년에는 주최 측과 영화인들의 불화로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17년 7월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리부트(reboot)’를 선언하고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조직위는 “심사 시스템과 심사 기준, 심사위원 조직부터 모두 손볼 것이며 영화 발전을 위해 어떤 타협도 없이, 원리와 원칙, 그리고 상식에 입각해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부 심사위원 비율을 높이고 국내 시상식 최초로 심사위원 명단과 함께 심사결과를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그러자 송강호, 설경구, 이병헌 등 배우들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참석률이 높아졌다.

매년 대종상 시상식을 개최해 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지난달 31일 파산이 확정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영화계의 고질적인 내분, 불투명 회계 등으로 쌓인 부채가 8억원이 넘어 총연합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대종상 시상식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연합회는 “다음달 제60회 대종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영화인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궁금하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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