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9급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어재원)는 약 한 달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며 수천만원의 현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 1587만원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지정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교부받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4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9급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발견한 문제의 업체에 이력서를 넣어 입사한 것이다. 당시 면접은 없었지만, 통상적인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에 전자서명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라거나 ‘돈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옮겨다 주면 건당 10만원에서 20만원을 수당으로 주겠다’는 말 등으로 A씨를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부동산 관련 아르바이트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이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혼인하면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피고인은 연령에 비해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며 “공무원직을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소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를 보면 피고인은 공공장소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할 때 본인의 차량으로 직접 운전해 이동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신원을 숨기려고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한 사실도 없는 점과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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