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전후로 신생 조직의 수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컸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데다 실무를 지휘하는 공수처 차장마저 판사 출신을 기용해서다. 게다가 특수수사통 검사들이 청와대의 인선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무성했다. 그러자 김 처장은 신규 임용한 공수처 검사 13명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에 비유했다. “(예수의 제자) 13명 가운데는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출신 어부가 많은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며 “13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1기 공수처는 3년 동안 ‘기소 3건, 유죄 0건’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이른바 ‘황제 조사’, 위법 압수수색 논란 등 자질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내년 1월이면 출범 4주년을 맞이하는 공수처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해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총 3300여 건을 접수하고 직접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한 건에 불과하다. 수사력 부재, 지휘부의 리더십 부족, 정치권의 압박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줄곧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장급을 포함한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인데, 현재 15명에 불과하다. 출범 첫해에 선발한 검사 13명은 모두 조직을 떠났다. 채용이 쉽지 않고, 채용해도 얼마 근무하지 않고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수사의 키를 쥔 부장검사 경쟁률은 2021년 7.5대 1에서 2022년과 지난해에는 2.5대 1까지 떨어졌다. 공수처 경력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분위기가 심해져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검사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국민의 관심이 큰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 등을 담당하던 공수처 수사2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사건 주임 검사도 지난달 퇴직해 수사2부에는 평검사 한 명만 남았다.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 다른 부서로 재배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수처 무용론(無用論)이 커지고 폐지론까지 나온다.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능이 용인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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