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접전을 펼치는 가운데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유동성 공급업체 오르비트마켓츠의 캐럴라인 모렌은 옵션시장에서 투표 다음 날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8%가량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디지털자산 관련 지수 제공업체인 CF 벤치마크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비트코인 옵션 가격을 이용해 집계하는 ‘비트코인 변동성 지수’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었던 지난 8월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비트코인은 대표적 ‘트럼프 수혜주’로 꼽혀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기간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다. 그는 선거유세에서 “비트코인을 미국의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며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전략적 준비자산 보유와 가상자산 규제론자인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즉시 해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또한 트럼프 일가가 주도하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프로젝트가 최근 출시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이 출시되기도 했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이후 며칠 동안 10%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트코인 옵션 투자자들이 12월27일 만기 행사 8만달러 이상 콜옵션에 몰려있다. 해당 수준까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는 가상자산 관련 기술혁신 지원과 법제화를 약속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정책 내용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켄드릭 SC 책임자는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비트코인은 초반에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7만5000 달러 선에서 마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모든 가상화폐 관계자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가상화폐 ‘리플’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라슨은 이번 대선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 정치활동위원회(PAC)에 약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라슨은 엑스(구 트위터·X)를 통해 “민주당이 가상자산을 포함한 기술 혁신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야 할 때”라며 “그(해리스 부통령)가 미국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지난 9월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상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가상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하는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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