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공화 바쇼 꺾고 당선
“한·미 관계 경제분야 증진 노력”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들어가
2018년 정계 입문… 하원의원 3선
의사당 난입 사태 때 청소로 주목
하원 영 김·스트리클런드 당선 유력
미국 대선과 5일(현지시간) 함께 치러진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앤디 김 뉴저지주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이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최초의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의 탄생으로, 미국 동부지역 전체를 통틀어서도 아시아계로는 첫 연방 상원 진출이다.
AP통신은 이날 개표가 28% 정도 진행됐던 오후 8시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쯤 김 의원의 당선을 확정지었다. 당시 김 의원은 58%를 득표했고, 경쟁자인 공화당 커티스 바쇼 후보는 44.3%에 그쳤다.
당선이 확정된 뒤 김 의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민자의 아들이자 공립학교 학생 출신이 미국 상원의원을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모두를 위한 공직자로서 명예와 청렴성을 갖고 봉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또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역사상 미국인으로 불린 약 6억명 중 약 2000명만이 이 일을 맡을 영광을 얻었고, 재미교포 역사 120여년 만에 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선 소감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한국이 선두 자리에 있는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할 많은 여지가 있다”며 “한·미 관계가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 및 혁신 분야에서도 증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상원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드신 것을 축하드린다”며 “의원님의 당선은 한국 동포 사회에도 영감이 되고 있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하시면서 큰 성공을 거두시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뉴저지주는 민주당이 1972년부터 50년 넘게 상원의원을 배출한 텃밭이다. 그렇기에 김 의원에겐 공화당 후보와의 경쟁보다는 당내 경선이 당선으로 가는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다.
김 의원의 승부수는 ‘기득권 개혁‘이었다. 그간 당내에서 출마 선언은 당 지도부에 지지를 구하고 암묵적 동의를 받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도부를 찾아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했다.
공정한 경선을 위해 투표용지를 바꾸자는 제안 또한 내놨다. 기존 투표용지는 지도부가 미는 후보를 제일 위에 배치했는데, 그는 소송까지 제기하며 기득권 혁파에 나섰다. 유력한 경쟁 후보였던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의 부인 태미 머피는 당 지도부의 지지까지 받았지만, 남편 후광 덕이라는 논란에 지지율 하락세를 겪다 지난 3월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결국 김 의원의 청렴하고 개혁적인 정치인 이미지에 당원들은 그를 택했고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유년 시절을 뉴저지주에서 보낸 그는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 시카고대 정치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석·박사를 거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인 2009년 국무부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젊은 정치인 발굴을 후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 키즈’로도 알려져 있는데, 시카고대 재학 시절 노숙인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며 당시 주 상원의원이었던 그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2013년 국무부 외교담당관을 거쳐 2013∼2015년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이라크 담당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김 의원이 정계에 입성한 건 2018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현역이었던 톰 맥아더 전 의원에 신승을 거두면서다. 이후로도 김 의원은 뉴저지주에서 내리 3차례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의회 입성 후 주한미군 주둔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을 펼쳐왔다.
김 의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20년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휩쓸고 간 의사당에 남아 새벽까지 혼자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월22일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연설을 하며 “어떻게 이런 나쁜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나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인물이 된 김 의원의 성공 배경에는 경남 밀양 출신의 부친 김정한씨와 모친 장재순씨도 있다. 소아마비를 앓은 고아 출신인 부친은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유전공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이민 1세대다. 간호사였던 모친은 아들에게 병원 자원봉사를 시키며 타인을 돕는 법을 가르쳤다. 부친은 김 의원에게 ‘자유의 땅’ 미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위대한 꿈’을 꾸라고 가르쳤는데,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나를 의사당으로 데려가 이곳이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알려 주셨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 외에도 이번 선거에는 3명의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들이 출마했다. 공화당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45선거구)과 영 김 하원의원(40선거구)은 나란히 캘리포니아주 3선에 도전하며 민주당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은 워싱턴주(10선거구)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외신에 따르면 영 김 의원과 스트리클런드 의원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반면 ‘한국 사위’로 알려진 공화당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주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인 안젤라 알소브룩스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행정관에 패해 메릴랜드주 연방 상원의원직 도전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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