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이나 착란 아니냐"…띠동갑 상사 성폭행 피해자, 꽃뱀 취급에 창 밖 '투신'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이 징계위원회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등 '2차 가해'를 당해 창문으로 투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JTBC '사건반장' 이달 8일 방영분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 직원 A씨는 지난 8월 동료 직원인 12살 연상 유부남 B씨와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사건 당일 A씨는 상사 B씨를 포함한 동료들과 술을 겸해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숙소 카드키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A씨는 B씨에게 키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저녁 식사 후 서로 카드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방으로 가다가 B씨와 마주쳤고, 자신의 카드를 돌려받고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이후 B씨는 A씨의 숙소에 침입해 "이렇게 된 거 그냥 자자"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가 거부하자 B씨는 "쌀쌀맞게 하지 마라. 나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이후로도 B씨는 10분가량 A씨의 숙소에 머물렀지만 피해자의 완강한 거절로 다행히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후 A씨는 국방과학연구소 고충처리위원회에 이같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위원회는 피해자 진술 녹취록과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바탕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 가해자 B씨에게 경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열린 국방과학연구소 징계위원회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징계위원장은 피해자에게 "너 이거 정신과 약 먹는 것 때문에 망상이나 착란 겪은 것 아니냐"고 했고, 위원 중 한 명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참 각별한 사이다. 네가 잘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 A씨가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자 징계위원은 조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A씨를 다른 방으로 퇴장시켰다. 결국 A씨는 "조직이 날 지켜주지 않으면 나도 날 지키지 않겠다"며 나갔고, 회의실 옆 방에서 창문을 통해 5m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척추, 골반, 손목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징계위원회를 개최했을 정도로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했고, 징계위원이 피해자를 모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비롯한 해당 징계위원을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JTBC에 "징계위원회 발언 사실 여부 등 사건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수사에 잘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