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기 하남에서 교제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은 “여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12일 경기 하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2일 자정쯤 A(27)씨가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남자친구 B(26)씨의 집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사건 현장에는 이들 2명만 있었는데, 당시 B씨는 119에 “나를 흉기로 찌르려 해서 피하자 여자친구가 본인 가슴을 스스로 찔렀다”고 신고했다. B씨는 당시 상황을 묻는 유족에게도 횡설수설하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시신 부검 결과 “흉기가 심장을 관통할 정도로 강한 힘이 가해졌다”는 내용의 타살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A씨가 숨지기 직전 B씨와 다툼을 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9월 살인혐의로 B씨를 체포했다.
그는 사건 당시 A씨가 다른 이성과 30여분 통화했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격분해 주방 싱크대 위 칼꽂이에 있던 흉기로 왼쪽 가슴 위를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사흘 전엔 A씨가 만난 지 2주 만에 이별을 통보한 내용도 확인됐다.
B씨는 사건 발생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누가 뭐라 하든 모든 순간 널 사랑했어” “한동안 날 찾지 말아 달라” “모든 걸 소명하고 너를 따라갈게. 지금 따라가는 건 비겁하니까”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족 측은 JTBC를 통해 “가해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가 엄중하게 다뤄줬으면 한다. 교제 살인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B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해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경찰 연행 과정에서 음주운전 정황도 확인돼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됐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뺑소니(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