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교 檢 송치… 13일 신상 공개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육군 영관급 장교 양모(38)씨의 범행 동기가 밝혀졌다. 가정이 있는 양씨는 내연관계이던 피해자 A(33)씨와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양씨는 올해 초부터 같은 부서에 근무하게 된 임기제 군무원 A씨와 연인으로 발전했다. 둘은 양씨의 차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해 가정이 있는 양씨와 달리 A씨는 미혼이었다.
이들은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문제 등으로 수개월 전부터 다툼을 이어오며 갈등을 빚었고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5일 출근하는 차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같은 날 오후 3시 양씨는 부대 내 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재차 다투는 과정에서 A씨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그날 오후 9시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공구를 이용해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A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날인 26일 오후 9시40분 10년 전쯤 근무했던 화천군 부대 인근 북한강변에서 A씨 시신을 강물에 던져 은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가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범행 직후 A씨 휴대전화로 A씨 가족과 지인, 직장 등에 문자를 보내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시신을 유기하러 화천군으로 이동할 때는 차량 번호판을 위조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했다. 시신을 유기할 때도 훼손된 시신과 돌멩이를 봉투에 담아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 수습한 시신 지문감정으로 피해자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유족과 주변인물 탐문, 폐쇄회로(CC)TV, DNA 감정 등을 통해 양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양씨 차량 이동내역과 휴대전화 위치확인, 주거지 탐문 등의 수사 끝에 이달 3일 오후 7시12분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는 양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조사에 참여시켜 범죄행동을 분석한 결과 양씨가 범행을 사전계획했다고 판단했다. 사전에 차량 위조번호판을 검색한 점, 범행이 지능적으로 이뤄진 점, 살해 고의가 있었던 점 등이 근거다.
경찰은 이날 양씨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양씨의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이유로 13일 강원경찰청 홈페이지에 양씨의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