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었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어쩔 줄 모르는 채 검은 나무들 사이를, 어느 새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가르며 달렸다.”(『작별하지 않는다』, 10쪽)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직후, 이상한 꿈을 꿨다. 작품을 쓸 동안에는 직접적인 폭력이 나오던 꿈을 꾸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상징적인 꿈으로 바뀌어가더니, 결국 다다른 꿈이었다. 그는 언젠가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꿈을 기록했다.
장편 『흰』을 쓴 뒤, 다음 작품은 이미 발표한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을 잇는 ‘눈 3부작’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사십대 여성이 유령이 된 옛 직장 선배와 함께 역시 고인이 된 여자 선배를 함께 회상하는 내용을, 「작별」은 어느 겨울날 벤치에서 선잠에 들었다가 눈사람이 돼버린 여성의 이별을 각각 그린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눈이라는 이미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역할을 했고, 새 작품 역시 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글쓰기를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서 제주 세화리 바닷가에서 잠시 월세 생활을 할 때 방을 내줬던 주인 할머니의 기억이 포개지는데.
“어느 날, 주인 할머니가 짐을 들고 가야될 곳이 있다며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걸었지요. 지름길로 가는 골목길을 걷는데, 할머니가 별안간 멈춰서더니, 이 담이 4·3때 사람들이 총을 맞아서 죽었던 곳이야, 라고 설명하더라고요. 눈부신 청명한 오전이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생생한 실감으로 다가왔어요.”(김용출, 2021.9.8)
제주 4·3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2018년 겨울, 그는 들고 다니던 노트에 메모를 적었다. 소설의 방향이나 주제, 분위기, 감각, 감정 같은.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에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의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한강, 2022 봄/2023, 349쪽)
『소년이 온다』를 쓸 때처럼, 다양한 구술 증언집을 읽어나갔다. 구술 증언을 통해서 몸으로 직접 그들의 기억과 고통을 감각하고 싶었다. 많은 증언집을 읽고 느낀 다음, 「4·3 조사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조사보고서는 전체적인 사건의 개요와 역사, 경과를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사람들의 고통이 삭제된 듯 보였다.
“「4·3 조사보고서」를 읽기 전에 구술 증언을 먼저 접했어요. 시작은, 제가 제주를 드나들면서 모았던 『iiin』이라는 스타일리시한 생활 잡지였어요…. 그 잡지들에서 출발해 4·3연구소에서 발행한 구술 증언집들을 구해 읽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는 4·3이 봄이 아니라 겨울의 일로 몸에 새겨져 있어요. 1948년 11월17일에 계엄령이 내려졌고, 11월18일부터 이듬해 2월까지 3만 명이 학살됐어요. 대부분의 증언들이 그 겨울에 집중돼 있고요…. 그렇게 증언들을 먼저 읽은 다음에 진상조사보고서를 읽으면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서사에 이물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구술 증언들을 통해 몸으로 직접 느껴졌던 고통이 그곳에서는 삭제돼 있어서요. 이 두 편의 소설들에서 고통의 감각이 느껴진다면, 둘 다 출발점이 구술 증언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정용준, 2022.1/2)
“제주 4·3의 기억과 희생자 애도”
‘인생의 밑바닥’을 헤엄쳐온 2018년의 세밑,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소설을 꾸준히 쓰려고 했지만, 잘 써지지 않았다. 한 달을 쉴 때도 있었고, 1년을 쉬기도 했다. 그 사이 지금 무슨 소설을 쓰고 있느냐, 라고 사람들이 물으면 대답하는 게 늘 곤욕이었다. 어떨 때에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했고, 어떨 때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이라고 설명했으며, 어떨 때에는 제주 4·3을 그린 소설이라고 답했다.
“그 소설 언제 나오나요?” 무슨 만난 후배 작가 황정은이 물었다.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고 거의 자포포기 상태가 된 지 한 달쯤 지난 뒤였다.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전반부 다 읽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거 그냥 안쓰기로 했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미 편집자에게도 소설을 포기할 거라고 이야기한 그였다.
“얼마나 썼는데요?” 황정은이 물었다. “900매인데 다 버릴까 한다.” 그는 말했다. “그건 말도 안되는 거예요. 900매를 다 버려요?” 황정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선배, 제 정신이예요?” 계속 되묻는 후배 앞에서 그는 한발 물러섰다. “그럼 버리진 않고 1년쯤 놔두면 나중에 써지지 않을까.”
“놔둔다고 되겠어요? 빨리 써서 마무리를 해야죠.” 황정은은 계속 그를 몰아세웠다. “쓰기만 하면, 완성해서 책만 내주면 내가 정말 잘 읽을 테니 완성을 꼭 하세요.”
어떻게 되든 다 쓰기만 하면 잘 읽어주겠다는 후배 작가 황정은의 말이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고, 그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밝혔다(정용준, 2022.1/2).
다시 소설을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한참 쓸 때는 일주일에 칠일을 썼다. 소설은 『소년이 온다』의 에필로그와 연결되고 있었다. 여러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쓰고 다듬었다. 필립 그라스의 음반,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좋아하던 클래식 음반, 제주가 느껴지는 조동익의 신보 「푸른 베개」, 바람 소리가 들어오는 「Lullaby」와 장필순의 노래…. 글을 쓸 때, 단계에 따라 음악을 들어왔다. 소설의 제2부를 쓸 때에는 집이 떠나가게 음악을 틀어놓기도 했다. 김광석이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면서 부른 「나의 노래」를.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 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어느 순간 감정이 일어나면서 음악에 감전이 된다. 모든 피부마다, 모든 세포마다 육박해오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몸이 저절로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아마 사람들이 보면 춤을 춘다고 할 것이고, 빙그르르 도는 그를 보면 스파이럴 동작이라고도 부를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야 상관 없었다. 어느 순간 눈물이 터진다. 엉엉 소리까지 내면서 운다. 그리고 다시 책상 앞으로. 앉아서 쓴다. 울면서 쓴다. 쓰고, 또 쓴다. “흐름을 끊기 싫어 부엌에 선 채로 요기를 했다. 화장실에 뛰어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소설을 살면서 소설 속에서, 그는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온몸으로, 온힘으로.(한강, 2022 봄/2023, 353쪽)
어느 날 해가 진 직후, 마침내 소설을 완성했다. 소설을 살아오면서 그 자신 역시 다시 살아왔다. 창밖에는 이미 어둠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원고가 담긴 USB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집이 불이 나도 이것만 있으면 돼. 집 주위를 조금 걷다가 돌아왔다. 잠들기 직전 결국 다 써냈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지금 이 마음만으로 나는 보상을 다 받았구나(정용준, 2022.1/2).
2021년 9월, 그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발표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은 쓰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하나의 물성을 가진 책으로 손에 쥐어져서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말했다.
소설은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학살을 다룬 소설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4년이 흐른 뒤, 그는 손가락을 다친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새를 돌보기 위해 제주도로 향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폭설과 강풍, 여기에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 집까지 이어진 어둠….
천신만고 끝에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제주 4·3에 쓰러진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십수 년을 감옥에 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지 못하게 된 어머니 정심의 슬픔을, 오빠의 행적을 찾아 수십 년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온 정심의 고요의 싸움을….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작별하지 않는다』, 87쪽)
야야기는 경하의 시점으로 시작했다가, 퍼포먼스를 계획하는 친구 인선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4·3에서 오빠와 여동생을 잃은 정심의 시선으로 몰입한다. 간절하기에 때로 무서운 고통이 되는 정심의 지극한 사랑으로. 점점 강해지고 짙어지는 사랑의 밀도!
“엄마가 쪼그려 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작별하지 않는다』, 311쪽)
『작별하지 않는다』는 눈이 나오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의 ‘눈 3부작’처럼 눈과 함께 유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설 후반부에서 경하에게 인선은 유령의 양상으로 관측되고, 정심 역시 유령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거대한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국가폭력에 의한 4·3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고 기억하고 함께 ‘애도의 길’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올손 위원장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한강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한 뒤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고통의 이미지 측면에서 『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는 1940년대 후반 제주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어린이와 노인들이 포함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공산당)협력자로 의심을 받아 총살당했다. 이 책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친척들에게 닥친 재난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화자와 그녀의 친구 인선이 겪은 공동 애도 과정을 그린다. 한강은 압축적이면서도 정확한 이미지로 과거의 힘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망각된 것을 밝히고 그들의 트라우마를 책의 제목으로도 이어지는 공동 예술 프로젝트로 바꾸려는 노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깊은 우정과 물려받은 고통에 대한 것으로, 악몽 같은 이미지와 진실을 말하려는 증언 문학의 진실성 사이를 독창적으로 오간다.”(「Biobibliography」, 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다시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 쓴 뒤에야, 그는 치워놓았던 자신의 소설책들을 책장 한 칸에 다시 꽂아 일렬로 놓을 수 있었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부터』부터 최근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소설을 살아냄으로써 삶 역시 살려낸 것이다. 책장 속에서 정렬한 자신의 책들을 보자 연둣빛 같은 상념이 일어난다. 지난 인생에서 이걸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책에서, 책 사이에서 삶이 주마등처럼 비어져 나오기도 한다. 맞아, 이런 일이 있어서 이 책을 썼었지. 언젠가 그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해줬다. 참 열심히 살았구나.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그는 자신의 책이 꽂힌 책장 앞에 설 것이다. 그래, 내가 이걸 했어!(정용준, 2022.1/2)
2024년 노벨문학상 심사의 끝
전쟁은 상대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의 감정이 없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이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2014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 간 분쟁이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그해 10월29일 22시1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 경사로에서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밀리면서 159명이 사망했다. 이른바 ‘이태원 참사’였다. 경찰을 비롯한 관계 당국과 지자체, 윤석열 정부는 사고를 앞두고 예방적 관리도, 사고 대응도, 사후 조치와 책임에서도 무능력과 무책임, 무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2023년 10월7일,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로켓까지 이용한 대규모 침공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다음날 하마스에 전쟁을 선포하고 대규모 군사 작전에 나섬으로써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 작전으로 많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민들이 숨졌다. 그것은 전쟁의 가면을 쓴 학살극이었다.
“나에게 시와 단편소설, 장편소설은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 시집을 낼 당시, 가지고 있던 백여 편의 시 중 60편을 추려 5부로 배열했는데, 각 장편소설을 쓰던 시기에 쓴 시들이 비슷한 느낌으로 묶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시들은 소설과 독립적인 것들이지만, 하나의 장편을 쓰면서 내가 품었던 질문들과 감정의 움직임, 몰두했던 이미지들이 시들과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한강, 2023.11/12, 19쪽)
그에게 시와 단편소설, 장편소설이 느슨하지만 내적으로 연결돼 있다.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매 순간 비어져 나오는 공기와 감각, 감정들에 의해서 서로 자극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돼 있다.
한강은 2023년 11월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의 특별강연을 통해서 이처럼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함께 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별강연과 공개된 강연 원고에서, 그는 단편소설 「내 여자의 열매」를 다 쓴 직후 긴 변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뒤, 10년 만에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이어지고, 이어서 『채식주의자』의 세 번째 중편 「나무 불꽃」을 쓰는 과정에서 연작시 「피 흐르는 눈」를 비롯해 여러 편의 시가 나오게 된 과정을 차분히 들려줬다.
“20년 넘게 흐른 지금, 여전히 나는 일상과 글쓰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곧 출간할 장편소설을 손보거나, 그 사이 떠오른 단편소설을 쓰거나, 다음 장편소설을 위해 메모를 하곤 한다. 가끔 시가 써질 때에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시를 쓴다.”(한강, 2023.11/12, 21쪽)
인간의 존엄을 마치 쓰레기 버리듯 내팽개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과 학살의 포성이 울리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스웨덴의 노벨상 위원회는 새해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에 돌입하고 있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의 후보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노벨문학상 분과위원회(the Nobel Committee for Literature)는 전 세계 수백 개의 개인과 단체에 노벨문학상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과 함께 추천서를 발송하는 것으로 수상자 선정 작업의 스타트를 끊었다.
노벨문학상 후보자 추천 권리는 △스웨덴 한림원 회원 △대학 문학·언어학 교수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 국가의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협회의 회장 등에게 주어진다. 이들은 늦어도 이듬해 1월말까지 노벨위원회에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분과위는 이 같은 추천 절차를 통해서 2024년 1월말까지 200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엘렌 마트손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220개 이름으로 구성된 매우 긴 목록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강민경, 2024.10.15.; 서혜림, 2024.10.14.)
추천자 명단을 정리한 분과위는 4월 추천된 후보자 220명 가운데 추가 심사를 거쳐서 후보군을 15∼20명 선으로 압축했고, 다시 추가적인 검토 및 검증을 진행해 5월에 다시 5명으로 압축해서, 한림원 심사위원들에게 최종 후보자 명단을 제출했다.
스웨덴 한림원 심사위원들은 6월에서 8월까지 최종 후보 5명의 주요 작품들을 읽고 여러 측면을 검토해 각 후보별 개별 보고서를 작성한 뒤, 9월 한 자리에 모여서 각 후보의 작품 세계와 문학적 기여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의견은 다양했지만 방향성이나 지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때 논의된 견해 등을 바탕으로 10월 초 투표를 통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이 같은 심사 과정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비공개로 이뤄졌다. 후보자 심사와 검토 의견 등 관련 정보는 앞으로도 50년간 봉인될 예정. 그럼에도 노벨상 발표 시즌이 다가오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둘러싼 관측이 쏟아졌다. 온라인 베팅사이트들은 올해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중국의 전위적 작가 찬쉐나, 호주의 저명한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카리브해 영연방 국가 출신 자메이카 킨케이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아마도, 습관처럼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휴대폰의 통화 앱을 눌렀을 것이다. 연락처 리스트가 차례로 떴을 것이고, 스크롤 끝에 한 사람의 이름 앞에서 멈췄을 것이다. 화면에는 수상자의 이름과 함께, 수상자와 바로 연결되는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고….
여하한 상황에서도 바로 통화할 수 있도록 요로를 통해서 그의 휴대폰 번호를 몇 번이나 확인했던 위원회가 아닌가. 수상자 선정을 위한 분투했던 지난 시간 역시 주마등처럼 관자놀이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을 것이다. 마침내 마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상임 사무국장이 송신 버튼을 천천히 누르기 시작한다.(끝)
*논픽션 한강 격류 참고문헌
#한강의 시와 소설, 동화
한강, 1993 겨울, 「서울의 겨울 12」 외 4편, 『문학과사회』, 통권 24호, 1553-1558쪽.
한강, 1994.1.4, 「붉은 닻」, 서울신문.; 1995/2018, 『여수의 사랑』, 파주:문학과지성사.
한강, 1995/2018, 『여수의 사랑』, 서울:문학과지성사.
한강, 1998/2017, 『검은 사슴』, 파주:문학동네.
한강, 2000 여름, 「침묵」, 『문학동네』, 제23호, 131-155쪽.
한강, 2000, 『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18, 『내 여자의 열매』, 파주:문학과지성사.
한강, 2002, 『그대의 차가운 손』, 서울:문학과지성사.
한강, 2002, 『내 이름은 태양꽃』, 파주:문학동네.
한강, 2007/2014,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파주:문학동네.
한강, 2007/2022, 『채식주의자』, 파주:창비.
한강, 2008, 『눈물상자』, 파주:문학동네.
한강, 2010, 『바람이 분다, 가라』, 서울:문학과지성사.
한강, 2011, 『희랍어 시간』, 파주:문학동네.
한강, 2012/2018, 『노랑무늬영원』, 서울:문학과지성사.
한강, 2013,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서울:문학과지성사.
한강, 2014, 『소년이 온다』, 파주:창비,
한강, 2015,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10-52쪽), 중앙일보문예중앙.
한강, 2016/2018, 『흰』, 파주:문학동네.
한강, 2017 겨울, 「작별」, 『문학과사회』, 제30권 제4호, 통권 제120호, 115-160쪽.
한강, 2021, 『작별하지 않는다』, 파주:문학동네.
한강, 2023, 『디 에센셜: 한강』, 파주:문학동네.
#한강의 산문 및 기타 글
한강, 1994.1.4, 「뽑히고 나서」, 서울신문.; 윤수경, 2024.10.14, 「“이견 없던 한강 등단작 ‘붉은 닻’… 오랫동안 자신의 세계 넓혀 가길”」. 서울신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486698?sid=103.
한강, 2003/2009,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열림원.
한강, 2005, 「문학적 자서전-기억의 양지」,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몽고반점』(352-356쪽), 문학사상사.
한강, 2005, 「수상 소감」, 『제29회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350-351쪽), 문학사상사.
한강, 2007,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비채.
한강, 2009, 「아버지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계신다」, 『아버지, 그리운 당신』, 서정시학. ; 2023, 『디 에센셜: 한강』(303-309쪽), 문학동네.
한강, 2010 겨울, 「한강 작가연보」, 『동리목월』, 통권 제2호, 71-72쪽.
한강, 2011 봄, 「기억의 바깥」, 『작가세계』, 제23권 제1호, 37-42쪽.
한강, 2012, 「이상의 회화와 문학세계」,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
한강, 2013 가을,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최인호 선생님 영전에」, 『문학동네』, 통권 제76호. ; 2023, 『디 에센셜: 한강』(317-323쪽), 문학동네.
한강, 2015, 「수상 소감」,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56-58쪽), 중앙일보문예중앙.
한강, 2015, 「수상작가가 쓴 연보」,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92-95쪽), 중앙일보문예중앙.
한강, 2017 겨울, 「그 말을 심장에 받아 적듯이」, 『창작과비평』, 제45권 제4호, 통권 제178호, 437-441쪽.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소감문.
한강, 2017 겨울, 「작가의 눈-누가 ‘승리’의 시나리오를 말하는가?」, 『문학동네』, 2017년 겨울호, 10-13쪽.
한강, 2019, 「백 년 동안의 기도」.; 2023, 『디 에센셜: 한강』(339-341쪽), 문학동네.
한강, 2021, 「발문-반짝이는 유리 기둥 사이에서」, 『산돌 키우기』(497-502쪽), 문학동네.
한강, 2022 봄, 「출간 후에」, 『문학동네』, 통권 제110호. ; 2023, 『디 에센셜: 한강』(342-356쪽), 문학동네.
한강, 2023.11/12,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함께 쓴다는 것」, 『PEN문학』, 제176호, 18-21쪽.
한강, 2024.10.17, 「한강 작가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 전문」. 한글파일.
#논문 및 단행본
강지희, 2011 봄, 「작가 인터뷰-고통으로 ‘빛의 지문’을 찍는 작가」, 작가세계, 제23권 제1호, 43-58쪽.
권희철, 2016.9, 「작가론-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학동네, 제23권 제3호, 통권 제88호, 6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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