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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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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7 15:29:52 수정 : 2024-11-17 15: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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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불난 안산 상가 내 모텔 2곳…외벽 유리창 깨고 연기 빼며 진입
투숙객 '살려달라' 신고 쇄도…"부천호텔 화재 후 훈련대로 초기대응"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7일 새벽 모텔이 있던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으나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데에는 31년차 베테랑 소방구조대 팀장의 발 빠른 대처가 주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3시 38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불이 났다.

불은 식당을 모두 태운 뒤 1시간여만에 초진됐지만, 화재로 인한 연기가 강하게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불이 난 건물 5층과 6층에는 숙박업소 2곳이 있었고, 화재 당시에는 수십 명이 투숙해 있었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 발생한 불이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투숙객을 포함한 52명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많은 인원이 신속하게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최초 화재 현장에 도착한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의 상황 판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팀장은 "처음 도착했을 때 불길이 가장 센 '최성기'로 열기와 연기가 최고조에 달했고, '5∼6층에 모텔이 있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무전이 엄청 들어오고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저를 포함해 구조대원 5명이 건물 2층으로 진입했는데, 열기가 너무 강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건물을 자세히 보니 층별 계단 쪽마다 큰 창문이 있어 2층에 올라가 도끼로 깨보니 생각보다 잘 깨지더라. 그래서 직원들에게 창문을 다 깨서 열기와 연기를 빼면서 올라가자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깨진 창문으로 열기와 연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박 팀장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구조자들이 몰려있는 5층과 6층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구조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미 5층 복도에는 1명이 쓰러져 기침하고 있었고, 객실 안까지도 연기가 차 있는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박 팀장은 "투숙객에게 마스크를 씌워 한명씩 내려보내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센터에서도 구조팀들이 지원 나왔다. 아마 10번 정도는 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조 및 인명 수색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진압과 구조는 약 석 달 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참사가 교훈이 됐다.

박 팀장은 "31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화재 현장을 보는 순간, 그 안에 모텔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얼마 전 있었던 '부천 호텔 화재'가 확 생각났다"며 "그 화재로 인해 저희가 훈련도, 토론도 많이 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긴박하고 고된 구조 활동을 벌인 직후라서 힘들 법도 했지만, 그는 담담하고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 다친 바 있다. 사망자 중 2명은 에어매트 위로 낙하를 시도했으나 매트 가장자리로 추락하거나, 이에 따른 반동으로 매트가 뒤집히면서 모두 숨졌다.

소방 당국은 이날 안산 상가 화재에서 투숙객을 포함해 52명을 구조(자력대피 3명 포함)했으며, 이 가운데 단순 연기흡입 증상을 보이는 3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구조자 신원이 아직 정확히 구분되지 않았지만 대다수가 투숙객으로 추정된다.

이날 구조자 중 2명은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또한 '부천 호텔 화재' 이후 강화된 훈련이 빛을 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천 호텔 화재 이후 에어매트 전개 등 '현지적응훈련'이 더 강화됐는데, 이런 훈련들 덕분에 구조대원들의 초기 대응이 더 잘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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