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져 자력 4강행 힘들지만
도미니카共전 역전극 희망 엿봐
박성한 “결승타 때 온몸에 전율”
류중일호, 승리로 ‘유종의 미’ 도전
한국 야구 대표팀은 유독 8회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쾌거 중 하나로 기억되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2-2로 맞선 8회 대회 내내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던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극적인 투런포를 터뜨리며 6-2로 승리했고,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2000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두 경기도 모두 8회에 경기를 뒤집어냈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은 한국의 국제대회 경기 때마다 8회만 되면 승부의 변곡점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이른바 ‘약속의 8회’다.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조별예선 4차전에서도 약속의 8회가 어김없이 승부를 지배했다.
개막전 대만에 3-6으로 패한 한국은 이후 쿠바전 8-4 승리로 분위기를 뒤집었으나 15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3-6으로 패하며 자력으로 4강이 겨루는 슈퍼라운드 진출은 불가능해졌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도 중반까지만 해도 암울한 기운이 맴돌았다. 상대 선발 프랭클린 킬로메에게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끌려가다 송성문이 간신히 첫 안타를 때렸을 정도였다. 마운드도 선발 임찬규가 3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고, 구원진들도 등판할 때마다 점수를 내줘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어졌던 6회말 공격에서부터 반격이 시작됐다. 1사 2, 3루에서 신민재의 투수 땅볼 때 상대 수비 악송구로 2점, 문보경과 박동원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보태 4-6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약속의 8회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SSG의 주전 유격수 박성한이었다. 한국은 나승엽의 우전 안타, 문보경의 2루 땅볼, 박동원의 좌전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어냈다. 송성문의 우전 적시타로 5-6까지 따라붙은 한국은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그러나 송성문이 도루로 2사 2, 3루를 만들었고, 박성한이 도미니카공화국 마무리 디에고 카스티요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여 7-6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3루에 안착한 박성한은 어퍼컷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박성한의 장타 한 방에 흥이 오른 한국 타선은 최원준의 적시 2루타와 홍창기의 중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점수 차를 9-6으로 벌렸다.
한국은 9회초 도미니카공화국의 공격에 8회 1사부터 마운드를 지킨 마무리 박영현이 그대로 출격해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천금 같은 역전승을 거둔 류중일 감독은 “6회에 4점을 뽑는 과정에서 상대 실책도 있었다. 그때 후반에 역전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해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승타를 때려낸 박성한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모두 뭉쳐서 역전했다. 중요한 순간에 저에게 기회가 왔는데, 잘 살려서 오늘 짜릿한 승리를 한 것 같다”면서 “타구가 외야 우중간을 가를 때 ‘해냈다’ 싶었다. 소름이 돋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별예선 4경기를 2승2패로 마치며 슈퍼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인 한국은 18일 오후 1시 호주와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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