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최민희 의원이 엊그제 유튜브에 출연해 “비명(비이재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를 계기로 비명계 중진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고자 한다면 이른바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자)을 동원해 정치 테러라도 가하겠다는 협박처럼 들린다. 민주당이 무슨 이 대표의 사당(私黨)도 아니고 이게 국회의원으로서 할 소리인가. 이 대표가 낙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정심을 잃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한술 더 떠 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고 낯뜨거운 찬사를 바쳤다. 개인숭배가 일상화한 북한 노동당을 보는 듯해 딱하다. 그는 이 대표를 “고귀한 싸움에 당당히 임하는 투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피고인을 신격화한 것으로 모자라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마저 조롱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에서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어제 비명계 중진들의 움직임을 겨냥해 “이미 역사적 판단을 받은 분들의 정치적 시도”라고 폄훼했다.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등에서 이 대표와 맞섰다가 졌다고 해서 그것을 ‘역사적 판단’으로 단정할 수 있는가. 정 의원 말대로라면 친명계의 결정이 곧 역사적 판단이라는 뜻인데 이런 논리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역사를 쓰는 주체는 후세의 사학자들이지 지금 권세를 누리는 정치인들이 아니다.
이 대표가 연루된 형사 사건들은 법리와 증거에 따라 재판에서 다투면 된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선고 후 이 대표 스스로 밝혔듯이 아직 두 번의 재판이 남아 있다. 그가 결백하다면 무죄가 확정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다. 국회의원 170명을 거느린 민주당이 왜 당 대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으려 하는가. 민주당은 더는 무의미한 방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제 이 대표의 유죄 확정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할 때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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