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를 지지하고자 설치한 철제 지선에 걸려 넘어진 보행자에게 한국전력공사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조정 결정이 났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한전의 철제 지선 설치에 따른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 한전은 28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A씨는 지난해 3월 배달 음식을 가지러 가다가 인도상에 한전이 설치한 철제 지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왼손을 바닥으로 짚으며 넘어져 충격에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게 됐다.
A씨는 한전 측에 치료비와 위자료 등의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A씨의 과실이고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A씨의 과실이 80% 이상이어서 최대 90만원까지 변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한전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한전을 상대로 구조물의 설치 관리상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사고 시각이 야간으로 식별이 어렵고, 이 사건 이후 한전에서 노란색 피복을 덧씌워 보완조치를 하다가 아예 철거까지 한 점을 강조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전은 해당 장소가 주정차 금지구역인데 A씨가 배달오토바이를 정차한 후 사고가 났고, 조금만 전방을 주시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배상책임을 부정했다.
법원은 한전의 보행자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과실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원고의 과실도 참작해 250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비록 A씨의 주정차위반의 과실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전의 전신주와 전신주를 지탱하는 지지 목적의 시설물 설치에 있어 보행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사한 사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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