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부청사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유치하려던 대전시의 계획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대전시는 당초 계획대로 옛 대전부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2027년 개관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9일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유치 추진은 중단한다”며 “대전부청사를 원형복원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시장은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 유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커피 시장 매출 급감 등 시장 변화 요인에 따라 스타벅스 유치를 멈추게 됐다”고 유치 계획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타벅스 측의 최종 결정까지 최종 2년이 소요되는데 내년부터 대전부청사 복원·보수공사에 들어가야하는 계획과 물리적으로 보조를 맞추기 어렵다”면서 “세계적으로 커피 매출이 감소 추세에 있고 고급 매장으로 분류되는 로스터리 매장 추가 오픈은 스타벅스 내부 방침상 중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 유치 화제성과 계획에 매몰되면서 대전부청사 매입과 원형복원이라는 사업 본질이 묻힌 것 같다”며 “원형복원을 최우선으로 활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 대전 유치는 이 시장이 지난 6월 말 미국 출장 중 시애틀 시장과 면담 과정에서 스타벅스 본사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 시장은 “원도심 중심에 있는 옛 대전부청사 건물은 성심당과 직선거리로 50m에 불과해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부청사에 입점시키면 원도심 경제활성화는 물론 관광벨트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전시의 일방적 요청에 불과한 ‘반쪽짜리 추진’이었던데다 본격 유치에 나선 지 4개월째 실무진 협의에 머무면서 애초부터 유치는 물 건너갔다는 시선이 나왔다.
시는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공식 유치 제안서를 냈다고 했으나 실제론 제안서없이 구두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는 장소적, 역사적, 건물적 가치를 그대로 살려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가칭 ‘헤리티지 대전 1937’로 명칭을 정했다. 지속가능한 문화소비공간으로써 활용될 수 있도록 상업시설 유치도 재추진한다.
대전시는 이달 1단계 사업으로 1996년 대수선 이후 덧대진 내장재를 제거하기 위한 해체 공사를 발주했다. 내년 하반기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2026년 외부 해체 및 복원·보수공사를 마무리 후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기존 기능을 확장한 세부 층 활용 밑그림도 제시했다. 옛 부청사는 지하 1층·지상 3층의 연면적 2323㎡ 규모다.
1층은 대전 명품 브랜드관으로 구상하고 있다. 건축 당시 충남도 상품진열장으로 사용된 점에 착안, 역사성 계승 취지에서 지역 대표기업과 브랜드 팝업 전시장, 편집숍 등으로 사용한다. 시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소비공간 기능이다.
2층은 1층 콘텐츠를 넓혀 대전시의 근현대 상공업, 도시개발, 대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별전시실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전시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높은 층고와 옛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3층은 1930~40년대 공회당 내부를 재현한다. 당시 무대를 복원하고 대형 행사,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홀로 구성할 계획이다. 옥상엔 정원을 만들어 야외 전시와 소규모공연을 연다.
이 시장은 “첫 대전시청사의 효율적 활용과 원도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업 시설은 필요하다. 앞으로도 시설 운영에 필요한 편의시설 입점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올 2월 민간 소유였던 옛 부청사를 전액 시비로 매입했다. 1972년 사유재산이 된 후 52년 만이다. 옛 부청사는 1937년 대전공회당으로 신축돼 3년 뒤인 1940년부터 대전부청사로 쓰였다. 1959년 대전시청(1949년 대전부에서 대전시로 변경)이 대흥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1층은 부(시)청, 2층은 상공회의소, 3층은 공회당 등으로 사용됐다. 부청사 복원 총사업비는 매입비 353억원, 복원 및 리모델링 80억원 등 44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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