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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향적 결단에도… 정부, 트럼프 눈치에 전략수정 불가피 [뉴스 투데이]

입력 : 2024-11-19 18:29:37 수정 : 2024-11-20 00: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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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원 방식 고심 커진 한국

韓정부에 에이태큼스 허가 사전 통보
조기 종전 원하는 트럼프측선 불쾌감

우크라 특사단 방한 앞둬 ‘협의’ 관심
당국 “무기 지원 실무차원 검토 안 해”

대통령실선 “美 결정 공유 받은 정도”
일각 “트럼프 2기와 보조 맞출 필요성”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부가 사용허용을 결정한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전쟁이 더욱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무기 지원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평화협정과 조기종전을 구상하면서 그동안 북한의 파병을 계기로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던 우리 정부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 대선 이후 신중한 반응으로 돌아섰다.

 

19일 외교·안보 당국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이태큼스 승인과 이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 측의 불쾌감 표출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침 관련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곧 있을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 시 어떤 협의나 발표가 나오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가 차기 미국 행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전향적인 발표가 나오긴 힘들 것이란 예상과 살상무기 지원 결정 등이 의외로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모두 나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현재까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해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특사로 방문한다면 논의가 구체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현 상황에서는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대표단이 최근 나토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 측과 지원 방향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무기지원에 대해 실무적인 차원에서도 검토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방향이 정해져야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논의를 시작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거리미사일 사거리 연장 해제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이를 결정한 것인데, 그 시점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라 한국 입장에서는 난감해진 측면이 있다. 이 사실을 미국이 한국에 미리 통보했다고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가 직접 이 문제에 가담해서 뭔가 행동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을 공유 받은 정도”라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한 질문에 “논의를 나토에서도 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먼저 받아봐야, 얘기를 들어봐야 알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불예측성이 다가오기 전에 한두 달 정도 주어져 있는 시간 사이에 전투가 더 격해질 것”이라며 “그것을 다 고려하면서 한국도 우방국들과 함께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현지시간)로 1000일이 된 가운데 18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소방대원 등이 러시아의 로켓공격으로 타버린 건물과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오데사=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취임 이후 24시간 내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는 등 전쟁의 조기 종식에 대한 의지를 강조해 왔다. 평화협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서 우리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방침이 발표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무기지원을 줄이겠다는 트럼프 2기와 우리가 보조를 맞춰야 하는 만큼 무기지원을 늘리겠다고 한다면 동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아마 (우크라이나 특사 방한 때) 실질적으로 진전된 합의가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현 행정부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표정 관리를 해주되,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도 함께 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언급한 만큼 무기지원보다는 인도적 피해 방지, 전쟁 조기 종식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살상무기 지원 등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북한군 참전에 상응하는 단계적 대응 조치로서 인도적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트럼프2기 행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러 관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는 무기지원 결정을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지혜·구현모 기자, 리우데자네이루=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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