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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키이우] 우크라 군인 "북한군, 러 희생양으로 쓰일 것"

입력 : 2024-11-21 09:48:12 수정 : 2024-11-21 09: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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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부대 장교 "북한군, 수색·정찰 등에 머릿수 내세워 투입 예상"
"트럼프 당선인 지원 중단한다면 美 세계적 리더십을 버린다는 뜻"
전현직 군인들 "러, 종전협상 해도 곧 파기할 것…끝까지 싸워야"

러시아군에 배속된 북한 병력은 현대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전술적 임무와는 거리가 먼 소모품처럼 쓰일 거라고 우크라이나군 정보 장교가 예상했다.

전·현직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미국의 지원이 끊긴다고 해도 자력으로 영토 회복을 위한 전쟁을 끝까지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27초짜리 영상에서 북한군이 줄지어 러시아군이 제공하는 보급품을 받고 있다. SPRAVDI 엑스 계정 캡처

◇ "북한군, 머릿수 내세운 작전에 투입될 듯…현대전 경험 없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정보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병가(病暇) 중인 데니스 실버(49·실버는 부대 내 별칭) 중위는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통화에서 "북한군은 여러 러시아군 부대에 섞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병력이 도네츠크까지 왔다는 정보는 접한 바 없고 현재 쿠르스크에 있으며 다 합치면 1만명 정도 되는 걸로 안다"며 "이미 일부는 교전에 투입됐지만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실버 중위는 "여러 부대로 흩어져 있는 데다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어서 사망자 신원 식별에 활용하는 무인기(드론)로는 북한군이라고 특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정보 부대에 속한 데니스 실버(49·실버는 부대 내 별칭) 중위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통화로 인터뷰하면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그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군의 약점을 드러낸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며 "러시아로선 공격에 투입할 병력이 현재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용병 활용법으로 주로 쓰는 러시아군의 전술 가운데 병사의 목숨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병사의 수만 내세워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작전이 있다"며 "대규모 공중폭격 후 벌이는 수색·정찰도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이 전장 곳곳을 날아다니는 현대전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북한군을 결국 희생양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수부대 분대장으로 군 생활을 시작해 공수 및 정보 부대를 거쳐 왔다는 데니스 중위는 가장 걱정이 많은 전선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동부 돈바스의 남쪽"이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의 공세가 다시 강화된 곳인데 우리는 자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쿠라호베 같은 곳을 지켜내야 하는데 한동안 수세적이었지만 곧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향후 전황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과 종전 협상 가속화를 앞두고 더 많은 땅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를 예상한다"며 "우린 다른 선택이 없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피로감에 여론이 협상론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의 누구도 영토를 버리는 협정에 사인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무기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미국이 지원을 끊어도 유럽이 도울 것이고 그것마저 어렵다면 자력으로 싸워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원 중단을 결정한다면 그건 세계적 리더십을 버린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美 지원 끊겨도 싸운다…러와 협상은 곧 파기될 약속"

우크라이나 공군의 한 교관(54)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돕든 말든 싸워야 한다.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姓)을 감추고 이름만 알렉산드르라고 소개한 그는 "물론 우리 군은 전쟁 장기화로 지쳐있지만 무기를 충분히 갖춘다면 싸울 수 있다"며 "한국은 우리에게 군수품을 지원할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로 휴전한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인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죽음과 같은 삶을 살 것이고 러시아는 막강한 군사력과 자원을 앞세워 영토를 더 넓히기 위한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전역한 세르히 자하드(49)씨도 "러시아는 인권과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평화 협상은 불가능하다. 약속은 머지않아 파기될 것"이라며 종전 협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투병으로 근무하면서 헤르손, 하르키우 등지에서 참전한 자하드씨는 "정부는 협상에 나설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만 영토를 내준 뒤 더 강력해진 러시아가 다시 분쟁을 유발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3명의 형제가 모두 군인이었고, 가장 어린 동생이 지난해 전사했다고 소개했다.

자하드씨는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길 바라는 여론이 점점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전쟁이 어떤지를 잘 모른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러시아가 멈추지 않을 거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자 "북한도 얻으려는 게 있어서 참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전장에서 계속 목숨을 잃을 것이고 그래서 파병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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