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여자 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37)은 이번 2024∼2025시즌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정선민(은퇴) 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세운 역대 득점 1위(8140점)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27일 부산 BNK전까지 개인 통산 8120점을 쌓은 김정은은 기록 경신에 단 21점만 남겨 놓고 있다. 커리어 내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아픔을 겪은 김정은은 포기하지 않던 의지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팀 성적 걱정만 앞섰다.
김정은은 28일 인터뷰에서 “워낙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병원만 갔다 오면 좌절하는 걸 선수 생활 내내 반복했다”며 “‘마지막으로 해야지’라는 말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엄격한 점은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잘 버텼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미 10년 전 세운 목표를 사실상 모두 달성했다. 김정은은 “최근에 본 10년 전 메모에서 챔프전 우승, 최우수선수상(MVP), 1만점 돌파라는 세 가지 목표를 썼더라. 우승과 MVP는 이미 달성했다. 꼭 1만점이 아니어도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면 개인적 목표는 다 이루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정은은 무릎 연골이 아예 없고, 발목과 어깨 부상 이력도 있을 정도로 선수 생활 내내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이런 김정은에게도 마지막 꿈이 있다. 바로 하나은행 후배들과 함께 챔프전에 진출하는 것이다. 2006년 신세계(하나은행 전신)에 입단한 김정은은 2017∼2018시즌 아산 우리은행에 이적했고, 염원하던 챔프전 우승을 두 차례(2017∼2018, 2022∼2023시즌)나 차지했다. 이적 후 첫 우승 땐 MVP에 꼽히기도 했다. 지난 시즌 6년 만에 친정 하나은행으로 돌아온 그는 팀 대들보 역할을 하며 4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김정은은 “제일 기쁠 때도 우리은행에서의 우승이었다. 뒤늦게 챔프전에 경험하면서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명예 회복을 노렸던 시기에 우승과 MVP도 차지해 농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년 하나은행에 와서 PO에 진출했을 때 후배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챔프전도 경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 생활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 전에 팀 동료들과 함께 챔프전에 뛰는 게 마지막 남은 목표”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하나은행은 최근 6연패와 함께 최하위(2승 7패)에 그치고 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김정은은 “시즌 시작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며 꼬였다”며 “제 책임도 크고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 선수들이 의기소침하지 않기 위해 다독이고 있다. 기죽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고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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