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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4명 중 1명은 경험하는, 성인 장애 원인 1위 ‘중풍’ … 10명 중 2명은 병원 ‘뺑뺑이’

입력 : 2024-12-02 06:00:00 수정 : 2024-12-02 08: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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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혈관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치료 받아야
혈액 1분 중단땐 뇌세포 200만개 손상

조기 혈전용해제 tPA 투약 예후 결정
심한 두통·어지럼증이 대표적인 증상
혈압 관리 안되면 위험 2∼4배 높아져

“전 세계 25세 이상 4명 중 한 명은 평생에 한 번은 뇌졸중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세계 사망 원인 2위에 해당하죠. 국내에서도 매년 11만∼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합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인 2050년에는 뇌졸중 환자가 매년 35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뇌졸중 환자의 40∼70%는 후유장해를 겪습니다. 결국 국내 성인 장애 1위 원인인 뇌졸중 관리가 돼야 거동이 가능한, ‘행복한 노년’이 가능합니다.” 

 

고상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졸중의 초급성기 관리가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뇌졸중은 특히 20∼40%가 재발하는데 이 경우 이전 후유증과 더불어 더 큰 후유장해를 남겨 장기적인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신규 발생 11만∼15만명 중 4만여명, 최대 10만명이 뇌졸중으로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고상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가족에게도 환자에게도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안겨주는 질환“이라며 “최근 젊은 뇌졸중 환자는 본인이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뇌졸중이 생기고 나서야 아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위험인자를 사전에 인지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고 교수는 “최근 젊은 뇌졸중 환자는 본인이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뇌졸중이 생기고 나서야 아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위험인자를 사전에 인지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고 교수와의 일문일답. 

 

―뇌졸중을 왜 신경 써야 하나.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초급성 질환으로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치료받아야 한다. 전체 80% 정도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고, 20% 정도는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내뇌출혈, 지주막하출혈이다.” 

 

―초급성 질환이라 하는 이유는.

 

“뇌는 평소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하는 기관이다.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20% 정도를 사용해 기능을 유지한다. 몸에서 뇌가 차지하는 크기를 생각하면 다른 기관에 비해서 혈액 공급이 굉장히 중요한 기관인 셈이다. 혈액 공급이 중단돼 뇌에 산소,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뇌세포·조직은 손상을 입는다. 뇌혈관이 막히게 되면 1분 만에 뇌세포 200만개, 시냅스는 140억개가 손상된다. 이로 인해 뇌에 비가역적 손상이 생기고, 평생 후유장해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왜 4.5시간인가. 

 

“4.5시간의 기준은 뇌경색에서 정맥 내 혈전용해제인 tPA를 투약할 수 있는 기준이다. 이는 초급성기 치료 중 첫 번째 치료가 tPA이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에 따라 3시간까지만 투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초급성기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면 처음에 중증 뇌경색이었다고 해도 50% 이상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tPA 투여만 되면 다 회복되나. 

 

“tPA 투약 시 30% 정도의 환자에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투약도 빠를수록 좋아 90분 이내 tPA를 받은 환자와 180∼240분 내에 투여받는 환자의 예후는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큰 뇌동맥이 막힌 뇌경색 환자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증상 발생 6시간 이내 치료가 추천되지만 최대 24시간 이내 환자에도 시행할 수 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도 증상 발생 2시간 이내 치료를 받은 환자와 6시간째 시행한 환자의 예후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적절하게 시행하면 50% 이상의 환자는 3개월째 혼자 거동이 가능한 정도까지 회복된다.” 

 

―요즘엔 응급실 뺑뺑이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모든 환자가 첫 병원에서 치료받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2016∼2018년도 심평원 적정성 평가 자료를 보면 뇌경색 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다. 전국 응급의료센터 중 약 30%에서 ‘24시간 뇌졸중 치료’가 운영되지 않는다. 결국 전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동안 뇌졸중 전문 의료진이 당직 체계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는 센터가 있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뇌졸중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주변 병원을 확인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어떻게 인지하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안면마비,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장애,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해야 한다. △이웃: 이~ 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안면마비)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편측마비) △발: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구음장애, 실어증)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안구편위)를 의미한다.“ 

 

―예방법은 어떻게 되나. 

 

“위험인자를 잘 조절해야 한다. 뇌졸중 위험인자는 나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 흡연, 음주 등이 있다. 나이는 교정이 어렵지만 이외 위험인자를 적절하게 치료·관리받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률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 그중 고혈압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혈압 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뇌졸중 위험이 2∼4배 이상 높아진다. 정상혈압으로 조절하면 뇌졸중 발생 위험을 약 40% 낮출 수 있다.”

 

―그 외의 위험인자 관리는.  

 

“당뇨병은 뇌졸중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다.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뇌졸중 발생 위험은 약 12% 감소한다.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고지혈증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면 뇌경색 발생 위험을 30∼40% 감소시킬 수 있다. 심방세동은 적절하게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뇌경색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커지는 주요 위험인자다. 심방세동은 50세 미만에서는 0.5% 미만에서 발병하지만 80세 이상이 되면 10%에 이른다. 금연과 금주도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다.” 

 

―뇌졸중 치료 후 언제 퇴원하나. 

 

“tPA 등 초급성기 치료를 받은 후 뇌졸중 전문치료실에서 관리를 받고, 위험인자 평가와 이차 예방을 위한 약물을 결정하고 장기적 관리 계획을 세우면 퇴원하게 된다. 평균 7일 정도 소요되지만 중증도에 따라 입원기간은 다양하다. 뇌졸중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초기의 증상이 안정화된 만성기 시기라고 판단한다.”

 

―초기 언어 등에 장애가 생기면 회복이 불가능한가. 

 

“뇌졸중 발병 3개월까지 급격한 회복 가능성이 있고 3∼6개월은 완만하지만 기능회복이 가능하다. 이때 꾸준한 재활과 기능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욕창, 폐렴, 낙상 등의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후 장애진단서를 증상 발생 6개월 이후에 작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바는. 

 

“뇌졸중 골든타임 기준이 4.5시간이라고 하지만,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예후가 좋아지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증상이 발생하면 뇌졸중 치료가 즉시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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