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의 ‘띵작’(명작)을 다시 본다고 하더라고요. 로열티가 있는, 팬덤이 있는 드라마가 다시 제작되고,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과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해서 좋아요. 드라마가 존중받기 시작한 거 같아요. 작가님도 좋아했고, 배우들도 다 좋아했죠.”
2004년 KBS2에서 16부작으로 방영된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가 지난 22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해 ‘[감독판] 미안하다 사랑한다’란 이름으로 공개됐다. 20년 만이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이 송은채(임수정)를 만나 죽음도 두렵지 않은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당시 화제성, 시청률을 모두 잡으면서 팬덤 ‘미사폐인’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포스트타워에서 만난 이형민(사진) 감독은 “원래 16부작이었지만, 반복되는 장면이나 늘어지는 정서를 과감하게 많이 쳐냈다”며 “차무혁과 송은채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니 총 6편이 나오더라. 어쩌면 ‘미사’의 ‘엑기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원작 그대로를 살린 부분도 적지 않다. 이 PD는 “은채와 무혁이의 명장면은 단 한 프레임도 버린 것이 없다”며 “버려진 입양아인 무혁이의 슬픈 느낌이 나는 호주에서의 장면들도 거의 줄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고심 끝에 지하철에서 은채가 “사랑해”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말없이 받아주는 무혁이의 슬픔을 참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보는데도 울컥하더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미사’에 대해 이 PD는 “불과 몇 년 전에도 ‘미사’가 가장 재방송이 많이 된 드라마라고 들었다”며 “당시 인기도 있었지만 ‘미사폐인’이라는 팬덤이 있었지 않나. 그냥 끝나는 인기가 아니라 겨울만 되면 계속 재방송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고 팬들의 사랑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본인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미사’가 제겐 특별합니다. 제 이름을 알리게 하는 거 같아요. 과거 KBS를 나올 때 선배가 저한테 ‘연출자로서 대표작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근데 앞으로 네가 그 대표작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어요. 그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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