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마러라고 찾아 대면 설득
라가르드 총재도 EU 대미 협상론
“미국산 수입 제안, 보복보다 나아”
트럼프, 브릭스 국가들에도 경고
“달러 패권 도전하면 100%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을 향해서도 ‘관세 협박’을 쏟아내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세 인상 발언으로 세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협상용 카드라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미국에 보복 관세 등으로 맞서기보다는 미국산 제품의 구매 확대 등 상호 이익을 꾀할 방안을 우선 모색하는 분위기다.
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첫 타깃이 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찾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25일 당일 전화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나흘 뒤 직접 플로리다로 날아가 대면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날 방문은 사전에 공개된 총리의 일정에는 없었던 것으로, 급하게 조율된 깜짝 방문이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관세 철회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의 차이를 내세우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와 더불어 국경 문제를 이유로 관세 폭탄 대상으로 지목된 멕시코도 우선 트럼프 당선인과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발표 이틀 뒤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에서 그가 문제 삼아온 멕시코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럽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압박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특정 물품을 사겠다고 제안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이는 승자가 없는 ‘치고받기’로 이어질 수 있는 보복 전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1기 때 동맹과 우방국에도 예외 없이 계산서를 내밀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관세’를 핵심 경제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달 25일에는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발표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라는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릭스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입한 연합체다. 브릭스 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등을 중심으로 달러의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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