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1000명 넘게 검거
연락·폭행·살해… 범행도 잔혹
노인들, 중대범죄로 인식 못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가능성
“범죄인식 제고 등 맞춤 대응을”
세종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9세 남성 A씨가 이웃인 61세 여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9월 사건 당시 A씨는 B씨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흉기로 위협까지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다행히 B씨는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곧바로 신고를 할 수 있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달 서울 관악구에서도 발생했다. 50대 여성 C씨는 70대 남성 D씨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터를 찾아가 흉기로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검거됐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 간의 스토킹 범죄가 덩달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토킹 범죄가 통상 젊은층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란 통념 탓에 사각지대에 은폐된 고령층의 스토킹 범죄가 더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토킹 범죄는 자칫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령층 스토킹 범죄 증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도서관이 경찰청 스토킹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2년간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해 검거된 10명 중 1명 이상은 60대였다. 2021년 10월21일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만7300명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는데, 20대가 22.4%로 가장 많았고, 30대 20.8%, 40대 21.3%, 50대 19.8%, 60대 12.8% 등이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노인 대상 스토킹 피해에 대한 정확한 국내 연령 통계는 없다”며 “해외 조사를 보면 피해자 30% 이상이 55세 이상 고연령층으로 국내에서도 노인 스토킹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가 주로 젊은층 범죄로 인식되고, 노인들의 경우 스토킹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범죄 인식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는 “노년층은 가부장적 사고가 강한 경향이 있고, 고립된 노인들의 외로움 문제에 스토킹이 파고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스토킹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 조사관은 “일례로 가해자가 고령이거나 병약한 경우 가해자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범죄행위를 경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노인 대상 스토킹·교제폭력 범죄 역시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지난해 3월에 노원구 수락산 한 사찰에서 스토킹하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11월25일∼12월1일)을 맞아 언론보도를 통해 분석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살해미수 피해자 중 40대가 23.37%(6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0.96%(61명), 50대 19.93%(58명), 20대 17.53%(51명), 60대 8.93%(26명), 70대 이상 4.12%(12명) 등 순으로 중장년층과 고령층 범죄가 청년층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노인 스토킹 범죄가 중대범죄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 스토킹 등 반복되고 은폐 가능성이 높은 범죄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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