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이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의 중도 해지를 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서비스가 유지돼 차액환불이 이뤄지지 않았다.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공정위, 멤버십 해지 방해 의혹 쿠팡 제재 착수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를 운영하면서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우 멤버십은 가입한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차액이 환불되지 않고 월말까지 서비스가 유지되는 식으로 운영됐다. 원칙적으로 중도 해지는 신청 즉시 서비스가 중단되고 남은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이 환불돼야 하지만, 와우 멤버십은 사실상 중도 해지를 할 수 없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쿠팡과 비슷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한 네이버와 마켓컬리도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네이버·쿠팡·마켓컬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과정에서 소비자 기만행위를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심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 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상품 결제창에 ‘와우 월 회비 변경 동의’ 문구를 포함해 결제 버튼을 누르면 멤버십 가격 인상에 동의한 거로 간주했다. 공정위는 이런 방식이 소비자를 교묘히 속이는 다크패턴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패턴이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착각·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이른다.
쿠팡을 대상으로 한 경쟁 당국의 제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나아가 와우 멤버십에 ‘쿠팡 플레이’와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끼워 팔았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일부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하도급 업체에 판촉비용을 전가했다는 의혹 역시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이츠는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최혜대우 요구)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공정위 제재가 완료된 쿠팡 관련 사건에 대한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쿠팡은 지난 6월 검색순위(쿠팡랭킹)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하도급 업체에 허위 단가 서면을 발급한 행위, ‘최저가 보장정책’으로 인한 마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행위에 대해서도 각각 공정위 제재가 의결됐었다. 쿠팡은 이들 사건 처분에 대해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납품업체 갑질 사건의 2심에선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전부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쿠팡과 마켓컬리 측은 유료 멤버십의 중도 해지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공정위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될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고, 마켓컬리 관계자도 “심사보고서를 받은 건 맞지만, 진행 중인 사건으로 현재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 한국인이 선호하는 코인, 리플 급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리플의 가격이 하루 만에 30% 넘게 급등했다.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2일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46달러로 전날 대비 32.4% 상승했다. 한 달 전인 11월2일에는 0.5달러에 거래됐는데 5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이날 오후 3시 3423원에 거래됐다. 리플 최고가는 2018년 1월 기록한 4925원이다.
리플 시가총액은 1383억달러로 비트코인(1조9047달러), 이더리움(4423억달러)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다.
리플의 상승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을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규제해왔는데, 증권성 여부를 둘러싼 소송을 진두지휘한 SEC 수장인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내년 1월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의 수장으로 리플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가 거론되는 것도 호재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데 동의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플은 한국에서 가상자산 붐이 일었던 2017~2018년 낮은 가격과 거래 수수료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리플 전체 거래량의 16.3%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업계 1위 바이낸스의 거래량(13.1%)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체 가상자산 시총 중 비트코인 점유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18일 59%에서 이날 55%로 낮아졌는데, 그만큼 리플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한 결과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과거 상승장에서 매수했던 가상자산을 관성적으로 사들인 결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내수 부진에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 최저
내수 부진이 온라인 쇼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월 거래액 증가율이 2017년 통계 개편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2845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0.6% 느는 데 그쳤다. 그간 증가율은 지난 4월 10.6%에 이어 5∼6월 7%대, 7월 5.1%로 둔화했다가 8월(2.0%)과 9월(2.2%)에는 2%대로 내려왔다.
증가세 둔화에는 소비 부진과 티·메프 사태로 인한 이쿠폰 서비스 거래액 감소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프티콘, 상품권 등을 포함한 이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4454억원으로 51.0% 줄었다.
자동차 수요가 줄어 자동차·자동차용품 거래액도 14.7% 감소했다.
화장품 거래액도 1.3% 줄면서 작년 3월(-2.8%) 이후 감소로 처음 전환했다. 면세점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통신기기(-37.0%)와 컴퓨터와 주변기기(-10.7%), 가전·전자(-4.8%) 등에서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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