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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發 ‘비혼 출산’ 화두 정치권으로…제도 마련 움직임 속도 붙나

입력 : 2024-12-03 11:14:01 수정 : 2024-12-03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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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관계등록제’·‘등록동거혼제’ 발의 준비
‘생활동반자법’ 이번 주중 재발의키로
경상북도, ‘동반 가정 등록제’ 도입 건의
22대 국회 ‘가족 범위 확대’ 논의 본격화
정우성(좌), 문가비(우). 뉴시스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로 촉발된 ‘비혼 출산’ 화두가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혼 가족 구성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도 마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소중한 생명을 낳아 키우기로 한 문씨의 결단을 응원한다”며 “갈수록 많아질 이 땅의 ‘문가비씨 모자’를 위한 연대관계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대관계등록제는 사전에 등록한 연대관계인이 보호자 역할을 하면 한부모 가정이나 1인 가구의 수술, 장례 등에 가족을 대신해 동의해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비혼 출산을 선택하면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법은 긴급 수술이나 장례처럼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없을 경우 부모·형제자매·배우자 등 민법상 친족만 대신 동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경우,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수술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면 수술동의서에 대신 서명할 수 없는 것이다.

 

박 의원은 연대관계인을 주민등록등본상에 표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식의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1인 가구가 워낙 많고 비혼 출산 가정도 늘어나는 등 가족 형태가 급변하고 있다”면서 “의료나 돌봄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를 위한 현실적인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결혼 장벽을 낮추기 위한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016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 측 전문가는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의 주요 원인으로 서슴지 않고 등록 동거혼을 꼽았다”면서 “이혼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이들에게 혼인 장벽을 낮춰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 동거혼은 남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동거 신고’만 하면 법률혼과 마찬자기로 국가가 기존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다만, 헤어질 때 이혼이 아닌 ‘계약 해지’로 동거 관계가 종료돼 위자료나 재산 분할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

 

나 의원은 “이제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제도로서뿐 아니라 비혼 출산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등록 동거혼 제도를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공동체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을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재발의할 예정이다.

 

생활동반자법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해 생활동반자로 지정되면 장례나 의료 행위는 물론 부부가 됐을 때 받는 각종 민법상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비혼 출산아 지원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경북도는 2일 도청에서 열린 제25회차 저출생과 전쟁 혁신 대책 회의에서 자체 저출생 정책 지원 대상을 부모 및 법률혼 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전환하고, 비혼 출산아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등 내용의 가칭 ‘동반 가정 등록제’ 도입 추진을 정부에 건의하고 국회 입법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제 우리나라도 비혼 등 혼인 외 출생 등에 대한 법과 제도적 지원 체계를 갖추고 공동체 회복 기반의 다양한 확장적 가족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연합뉴스

 

대통령실도 비혼 출산을 언급하면서 정책 보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에 관한 질문에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떤 면을 지원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부모 가족이나, 어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서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겠다는 자세에는 일관된 정부 철학이 있기 때문에 그런 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혹시라도 빠진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겠다”며 “현재 아동수당, 부모 급여, 육아휴직 등 육아 지원 정책은 아이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지원 정책은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 뉴시스

 

비혼 출산아를 ‘혼외자’라고 부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이를 혼외자·혼중자로 구분해 부르는 것 자체가 정상성에 대한 지독한 강조인 데다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은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자는 전체 출생아(23만명)의 4.7%인 1만9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아울러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에서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37.2%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결혼 중심’ 정책으로는 동거인,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아우를 수 없다는 사회적 목소리도 커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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