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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페인트로 일군 명성, 실리콘·반도체 소재로 잇는다 [K브랜드 리포트]

입력 : 2024-12-04 06:00:00 수정 : 2024-12-03 23: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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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KCC

1958년 설립 ‘금강스레트’가 기업 모태
도료·창호시장 등 진출해 꾸준히 성장

세계 3대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 인수
2024년 지분 100% 확보로 신사업 ‘날개’

“미래기술 연구개발·투자에 역량 집중
디지털전환 통한 기업 체질 강화 박차”

‘손 닿는 곳 어디에나 KCC가 있습니다.’

KCC는 국내 1위 종합건축자재기업이다. 건축과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페인트와 창호·유리·천장재 등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KCC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사업으로 ‘실리콘’에 주목하고 역량을 모으고 있다. KCC는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잡으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KCC 실리콘 공장 전경.

◆페인트와 건축 내외장재, 프리미엄 창호까지

3일 KCC에 따르면 1958년 탄생한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가 KCC의 모태다.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고 정상영 명예회장은 자재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에 금강스레트를 차리고 석면 슬레이트 지붕 같은 자재를 만들었다.

금강스레트는 1971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지붕개량사업으로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당시 주문이 밀려오던 상황에서도 욕심부리지 않고 생산능력을 고려해 공급 물량을 계약하며 신용을 철저히 지켜 신뢰도를 높였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선박,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아파트 건설 증가가 도료 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1974년 고려화학주식회사를 설립해 도료 사업을 시작했다.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확보에도 힘썼다.

2000년 4월 취임한 정몽진 회장은 금강과 고려화학이 합병하고 사명을 금강고려화학으로 정했다. 5년 후인 2005년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사명을 KCC로 바꿨다.

건자재 부문에서 KCC는 건축용 내외장재와 보온단열재, 폴리염화비닐(PVC) 창호재 등을 생산한다. 특히 불연 섬유단열재 그라스울 선도업체로, 지난해 섬유단열재 그라스울 생산라인 2호기를 증설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그라스울 2호기는 단일 생산라인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연간 약 4만8000t으로, 2022년 문막공장 라인을 포함하면 KCC 그라스울 생산능력은 연간 총 18만t에 이른다.

2021년에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창호 브랜드 ‘클렌체’를 론칭했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 레오 폰 클렌체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 강남구 서초동과 부산에 ‘더 클렌체 갤러리’를 열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료부문은 자동차와 선박, 건축에 쓰이는 도료를 만든다. 건축 내부용 도료는 유해물질 함유량과 방출량을 최소화했다. 자동차 도료의 경우 태양광의 자외선, 산성비, 염분, 기름, 화학약품 등의 외부 환경에 대한 내구성을 갖췄다. 자동차 도료는 인도 시장 판매 확대와 중앙아시아 신규 시장 개척 등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선박용 도료는 마찰 저항을 낮춰 연료비를 절감하는 방오도료부터 선박용 보온단열재까지 선박 및 해양구조물이 언제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플랜트용 도료도 자체 기술로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강철교량과 발전, 석유·화학산업 등에 적용하는 다양한 시설물의 부식을 방지하고, 화재로부터 철골 구조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신성장 동력으로 실리콘 선택

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건자재와 도료 외에 KCC는 소재 사업과 실리콘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KCC는 수분, 충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 칩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주는 소재인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 국산화에 성공하며 응용소재정밀화학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중간층 형성 없이 세라믹에 구리를 직접 접합해 자동차 등 고전압·고전류 반도체 환경에 쓰이는 DCB(Direct Copper Bonding)도 제조하고 있다.

2018년 세계 3대 실리콘 업체 중 하나인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확장했다. 당시 기준으로 인수가 30억달러는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거래였다. 올해 5월에는 모멘티브 지분 100%를 확보하며 자체 사업 추진과 의사 결정에 힘을 실었다.

 

KCC 선박도료를 시공하는 모습.

모멘티브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2006년 GE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등을 인수해 설립한 특수소재 전문업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 24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 실리콘 기업에 가까웠던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글로벌 실리콘 시장 1, 2위를 다투는 미국 다우, 독일 바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실리콘은 자동차용 및 건축용 도료, 화장품 원료, 가전 및 항공기 전자장비용 접착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시장분석기관 마켓비지니스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글로벌 실리콘 시장 규모는 2022년 184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351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다.

KCC 관계자는 “소재, 실리콘 등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로 기술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디지털전환을 통한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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