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사태인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계엄에 반대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저마다의 입장을 밝혔지만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일촉즉발의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끝내 함구했다.
이를 두고 “경남도 이름 뒤에 숨은 도지사”라는 비아냥 섞인 지탄을 받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4일 오전 9시 실국본부장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이) 국회 해제 요구에 의해 6시간 만에 해제된 것은 대단히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오후 10시30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1시간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8시간 만에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사실상 첫 입장이었다.
경남도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날 오전 12시30분쯤 행정부지사 주재로 실국장 대책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가 다시 오전 1시 도지사 주재로 전환했다.
박 지사는 회의 이후 공보관실을 통해 ‘도민 동요하지 않도록 분야별 대책 마련 지시, 도민 민생 안정 위해 최선의 노력 당부’ 단 두 줄의 메시지를 낸 게 전부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즉각 입장을 밝힌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행보와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박 지사의 이런 입장이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성명을 내고 “박완수 경남지사와 홍남표 창원시장은 불법‧위헌적 계엄 선포에 왜 침묵하는가”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지난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가 비상계엄해제 결의안을 가결하기까지 세 시간은 마치 악몽과도 같이 긴 시간이었다”며 “특히 3‧15 의거와 10‧18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혈사태를 경험한 우리 경남도민들의 트라우마는 더욱 컸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당은 “불법‧위헌적 계엄 선포에 맞서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계엄 반대를 선언하며 계엄령 해제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도 잇달아 비상계엄 철회를 요구했다”면서 “그런데 박 지사는 침묵했다. 국가 비상 시 시민 일상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 자치단체장의 제1 책무인데,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그 시간 박 지사와 홍 시장은 어떤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고 꼬집었다.
진보당 경남도당도 박 지사의 침묵에 비판을 가세했다.
진보당은 “국가에 반란이 일어났는데 침묵한 자, 그들 또한 공범”이라며 “국민의힘 경남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비상계엄 철회를 요구했다. 적어도 자기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글이라도 공개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에 불안할 도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은커녕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명태균 게이트’로 각종 의혹을 받는 그들이 이번 계엄으로 덮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박 지사의 이런 대처를 두고 경남도 공직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진희 경남도청공무원노조위원장은 “사상 전례 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330만 도민이 동요하지 않게 박 지사는 즉각 입장을 냈었어야 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는 창원 제2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채용 청탁 의혹 등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에도 직접 입장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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