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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3A.M.] 비상계엄과 지정학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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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05 00:02:27 수정 : 2024-12-05 0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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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일상 위협한 리더십 리스크
모든 변수에 대응할 지정학적 근육 필요

지난해 이맘때 2024년을 예상하면서 전망과 예측이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들 했다. 맞았다.

대통령이 한밤중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총을 든 군인이 국회의사당에 출몰하고 헬기가 뜨더니, 6시간 만에 계엄령을 거둬들였다. 앞뒤를 따지고 분노하기에 앞서 어리둥절함과 헛웃음이 압도하는 간밤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이 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차차 알게 되겠지만, 또 한 번 실감했다. 정치는 단연 지금 이 시간의 일상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리스크라는 사실이다. 정확히는 리더십 리스크다. 사람들이 밤새 내일 출근해도 되는지, 학교는 가도 되는지 문의가 빗발치고 생수, 라면, 햇반을 사러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4일 오전 일찍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동향 파악과 향후 파장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코리아 리스크에 민감한 증권사 등 금융권도 새벽 내내 상황을 체크했다.

2024년 12월 3일 한국에 일어났던 일은 감히 상상할 수는 있어도 차마 예측할 수는 없던 ‘블랙 스완’ 사건이다. 괴짜, 몽상가, 광신도 등 온갖 ‘비정상’ 수식어를 달고 사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마저 X로 한국의 소식에 “와우(wow)”라고 적었을 정도다.

정치적 위험은 점점 궤도를 벗어나고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은 사실상 3개월짜리였다.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판을 흔들었고, 민주당은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초유의 후보 교체를 겪었다. 4년 만에 컴백한 트럼프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정치 위험이다. 그와 함께 돌아온 트럼프팀과 공화당은 4년 전과 완전히 다른 변칙적, 이례적, 파격적인 액션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도박을 반복하다 내각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가자 전쟁을 끝내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받았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1만1000여명을 러시아에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켰다. 이런 리더십에 전통적 경로와 방법으로는 대응이 무용하다.

경계가 모호하거나 숨어 있는 회색 지대 위험도 위협적이다. 정의하기 어렵고,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인식해야 하는 위험이다. 허위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대리전 등이 해당된다. 올해 8월 가짜뉴스 때문에 영국 전역에서 반이민·반무슬림 극우 폭력 시위가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BCG는 올해 6월 지정학센터를 새로 설립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바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CEO는 잠재적 지정학적 혼란을 조사하고 미래가 어떻게 되든 대비할 조직적 근력을 쌓아야 한다”며 CEO의 지정학 근육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회의 중 골드만삭스가 고객 만찬을 주최했는데, 만찬의 기조연설자가 미국의 유명 여론조사가인 네이트 실버였다.

보험 중개 및 전략적 위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WTW는 올해 5월 ‘정치적 위험 조사 보고서’에서 올해 기업들이 ‘정치적 위험 손실 수용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WTW가 조사한 50개 기업 중 70% 이상이 2024년 지금까지 정치적 위험 손실을 경험했고 96%가 정치적 위험을 관리하는 역량을 새로 추가했다고 답했다. ‘지정학 근육’을 장착하고 ‘모든 날씨(all weather) 전략’을 실제 구동해야 하는 시간이다.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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