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비상계엄령 사태가 우리 경제와 외교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밤새 2.96% 급등락하는 등 요동쳤다. 야간 거래에서 2년여 만에 최고치인 1430원까지 치솟았다가 어제 7.2원 오른 1410.1원으로 마감됐다. 외국인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선 여파다. 비트코인 가격도 한때 30% 이상 폭락하면서 개당 8000만원대까지 밀렸다. 환율이 요동치면 물가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계엄령발 패닉에 빠진 국내 금융 시장 안정이 급선무다. 투자심리 악화로 외국인이 밀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코스피 지수도 장중 한때 2% 넘게 급락했다가 2464.00(1.44%↓)으로 마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올해 역점을 뒀던 한국 증시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는커녕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라는 주홍글씨가 더 짙어질까 우려스럽다. 비상계엄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불러온 시장불안이 ‘코리아 엑소더스’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금융 시장 불안감이 커진 상황 아닌가.
외교적 파장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 측은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며 우려했다. 동맹국들도 이번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당장 스웨덴 총리가 방한을 전격 취소하면서 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의 해외 출장도 단축·취소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사이에 50조원 규모의 증시·채권안정 펀드 가동 의사도 내비쳤다. 한은, 금융위원회 등 각 기관 자체적으로도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다니 두고 볼 일이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부진 등 동시다발적 악재로 성장률 전망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진영 대결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러 군사 밀착이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치불안이 경제와 외교에 타격을 주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국내 정치의 치부가 대외 신인도 하락과 금융 불안, 외교적 혼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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