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야권 의원 192명이 표결에 참여해 각각 185∼188표의 찬성표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감사원과 서울중앙지검은 탄핵으로 수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행 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야권이 숱한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끝내 탄핵을 밀어붙인 행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탄핵으로 윤석열정부 들어 탄핵소추된 인사만 18명으로 늘었다. 탄핵은 고위공직자의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에 대응해 헌법을 지키기 위해 보충적·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비상조치다. 헌법상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탄핵을 이렇게 남발한 적이 있었던가. 윤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인 계엄령 조치를 꺼내 들지 말았어야 하는 것처럼, 야당도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자제했어야 마땅하다. 아예 국정을 마비시키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야당은 최 원장 탄핵 사유로 직무상 독립 지위 부정, 전 정부 표적 감사, 각종 의무 위반, 국회 자료제출 거부 등을 들었다. 최 원장이 감사원 역할에 대해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란 취지로 한 발언 등이 아무리 부적절하더라도 탄핵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에 대한 감사는 감사위원 7명의 의견으로 이뤄진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로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을 탄핵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4년간 끌다가 무혐의 처분한 건 납득하기 어렵지만,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같은 불복 절차를 패싱한 채 강행한 탄핵에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
애초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겠다면서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을 보류하지 않았던가. 그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대통령 탄핵 반대를 결정하자 어제 다시 탄핵을 밀어붙임으로써 정략적, 분풀이성 탄핵이 아니냐는 의구심만 사고 있다. 보복 정치는 역풍을 부를 뿐이다. 탄핵이 하도 남발되다 보니 이제 국민도 별 관심이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리라고 보지도 않는다. 야권은 탄핵 중독이라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되돌아보고 자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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