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 등 개정안 각의서 의결
계엄 후 과방위 경색… 법안 처리 뒷전
AI 기본법·단통법 폐지안도 ‘낮잠’
국가과학기술 발전전략 차질 불가피
윤석열정부의 대표적인 연구개발(R&D) 혁신 사업으로 평가받았던 R&D 분야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폐지 개정안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여기에 연내 처리가 예상됐던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안마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넘지 못하면서 국가 과학기술 발전 전략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분야 예타 폐지 이행을 위한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상계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만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은 본래 취지에 맞춰 추진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개정안은 국가R&D 사업과 R&D 수행에 필수적인 사업의 경우 예타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R&D는 예타에 평균 2년 이상이 걸려 속도감 있는 투자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특징 탓에 예타 제도로 적절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타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국회 상황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경색 국면이다. 개정안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맞서면서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다. 9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탄핵안건을 놓고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았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과방위가 파행했다.
연말 처리가 예상됐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현안인 AI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도 전날 국회 법사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AI기본법은 정부가 AI 산업 육성과 규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부터 야당의 협조를 당부해왔던 법안이다. 가짜뉴스·딥페이크 등 기술 부작용을 방지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한편 국내 AI 기업들이 미리 글로벌 규제에 대비토록 하는 국내 첫 AI 규범이다.
당초 두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과방위에서 지난달 26일 통과됐다.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연내 제정될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국회의 핵심 쟁점이 되면서 처리 순위에서 밀려났다.
이달로 예고됐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정상 출범도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었지만 위원장인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인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출범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정부출연구기관(출연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패권 경쟁 대응을 위해 힘을 실었던 R&D 국가 협력 사업 등 각종 과학기술계 연구 및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AI 기술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황을 고려해 여야 이견이 없던 AI기본법 등에 대해선 여야가 협력해 조속히 법안 통과를 해야 할 것”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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