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시상 기관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일본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에 평화상을 시상하면서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 문학상을 받는 소설가 한강을 언급했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오후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 연설에서 수상자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공로를 소개했다.
그는 원폭 피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이들이 나서서 피해를 증언한 힘을 설명하는 과정에 트라우마에 대한 한강의 견해를 소개했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올해 평화상 수상자는 니혼히단쿄, 문학상 수상자는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라며 “트라우마와 기억에 관한 한강의 글은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라우마가 치유되거나 회복되는 것이라기보단 포용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슬픔은 살아있는 자들 안에서 죽은 자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평생 그 자리를 반복적으로 다시 방문함으로써, 우리의 고통스럽고 고요한 포용을 통해서, 삶이 역설적이게도 가능해진다고 믿는다’고 한 한강의 언급을 인용했다. 한강이 2016년 3월 영국 문화예술 잡지 화이트리뷰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기억은 우리를 가두고 단절시키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삶에 대한 촉매제이자 망각에 대한 보호장치이며 고통받은 이들을 기리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의 작업은 저항의 행위, 변화의 힘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개인적 증언과 문학, 예술뿐 아니라 역사 쓰기, 문서화, 교육까지 모든 기억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력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증언하기 어렵지만 증언과 기록이야말로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한강의 견해를 빌린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니혼히단쿄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원자폭탄 피해자들의 증언이 핵무기 금지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