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27회)에 빛나는 ‘명문’ 뉴욕 양키스의 별명 중 하나는 ‘악의 제국’이다. 과거 양키스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사들여 우승을 독식한다고 비판하면서 나온 별명이다.
그러나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양키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좌타자 후안 소토 영입 쟁탈전에서 뉴욕 라이벌 메츠에게 패했다. 올 시즌 스트라이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뛴 소토지만, 그는 15년 7억6500만달러를 제시한 메츠와 계약을 체결하며 내년 시즌엔 양키스타디움이 아닌 시티 필드를 홈으로 쓰게 됐다.
양키스가 메츠에게 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머니게임’에서 진 것이다. 양키스도 메츠만큼이나 통 큰 금액을 내세웠다. 16년 7억6000만달러를 제시했다. 계약 기간은 1년 더 길고, 금액은 500만달러 차이지만, 세부 조항에서 메츠가 훨씬 더 조건이 좋았다. 메츠는 소토에게 무려 7500만달러를 계약금으로 안겼고, 5년 뒤 옵트 아웃 조건을 넣었다. 소토가 옵트 아웃을 선택했을 대 메츠가 6~15년차 연봉을 400만달러를 늘리면 소토의 옵트 아웃을 무효화할 수 있는 조건도 있었다. 이럴 경우 소토의 계약은 7억6500만달러에서 8억500만달러까지 늘어난다.
메츠에게 소토를 빼앗긴 게 분했을까. 양키스가 FA 시장 투수 부문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좌완 맥스 프리드에게 화끈한 계약을 안겼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키스는 프리드와 8년 2억1800만달러(약 3128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 중 네 번째로 큰 규모의 다년 계약이다. 역대 1위는 지난겨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의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그 뒤를 이어 게릿 콜(9년 3억2400만달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년 2억4500만달러)가 잇고 있다. 1~3위 투수들이 모두 우완임을 감안하면 프리드의 계약은 좌완 투수 중에는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좌완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은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지난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7년 2억1700만달러로, 프리드가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프리드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01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9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프리드는 그해 17승6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며 준수한 선발요원으로 거듭났다. 이후 부상만 없다면 2점대~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에 최고의 땅볼 유도능력을 앞세운 이닝소화력도 최고 수준인 투수로 성장했다. 통산 성적은 73승36패 평균자책점 3.07이다. 올 시즌에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5로 시즌 초반 시즌아웃 부상을 당한 스펜서 스트라이더를 대신해 애틀랜타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소토를 빼앗기면서 타선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 양키스는 프리드 영입을 통해 마운드를 높였다. 기존 에이스인 게릿 콜에 이어 프리드가 2선발을 맡아 ‘좌우 원투펀치’를 구성한다. 여기에 카를로스 로돈, 루이스 길, 네스터 코르테스 등이 이루는 선발진은 빅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올 시즌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다저스에게 막혀 준우승에 그쳤던 양키스. 소토를 빼앗긴 대신 프리드를 영입한 결과는 어떻게 될까. 내년 시즌 양키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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