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군 수뇌부 등을 상대로 추궁하는 과정에서 군 기밀이 줄줄이 노출되는 등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의원과 질의 문답 과정에서 신분을 감추고 첩보활동을 하는 정보요원 실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군 수뇌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불필요한 군 전력 노출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지난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였던 합참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 총장은 손짓까지 동원해가면서 “합참에 가보면 한층 높은 (지하) 3층에 전투 통제실이 있다”며 “회의실은 지휘·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필요 시 화상도 할 수 있고…”라고 지휘통제실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층수 등을 다 얘기해도 되느냐. 보안에 걸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총장이 “정정을 하겠다”면서도 합참 내 전투통제실과 회의실 위치 등을 설명하자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총장이 중요한 전투 시설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답변을 끊어야 한다”고 나섰다.
이날 박선원 의원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최소 5명의 정보 요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선관위에 들어가 서버를 촬영한 군인들의 사진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문 정보사령관은 특정 요원의 실명을 대며 “OOO 알아요 몰라요?”라고 묻는 박 의원 질의에 “사령부 저희 인원”이라고 시인했다.
대북·해외 비밀 공작에 투입되는 정보사 요원들의 정보가 유튜브 등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된 것이다.
그러자 이를 보다못한 이진우 수도방위시령관이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 사령관은 “지금 질의하시는 중에 정보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그 정보 요원들 이름을 대면 큰 일 난다”면서 “시설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저희들이 쌓아온 그 굉장한 자산들이 그냥 함부로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계엄 당시 국회 진입 상황을 설명하면서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의사당이 너무 컸다. 티맵으로 구조를 확인했다”고 군 전력 수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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