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안돼 통화내용은 안 남지만
사령관과 통화 일시 등 확인 가능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祕話)폰’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비화폰으로 군 관계자에게 전화해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기록이 저장된 서버는 계엄 당시 정황을 밝혀줄 핵심 증거로 꼽힌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2일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버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비화폰은 보안 기술이 탑재된 대령급 이상 군 지휘관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다. 일반 휴대전화의 통신 기록과 달리 군용 비화 스마트폰 사용 관련 기록은 국방부 자체 서버에 남고,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도 깔려 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비화폰 등을 분석해 김 전 장관이 지난 3일 계엄 당시 윤 대통령, 군 관계자들과 통화한 기록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수방사 서버에 윤 대통령의 비화폰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지도 관건이다. 곽 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비화폰은 통화녹음이 불가능해 해당 전화와 서버를 확보하더라도 통화 일시와 길이 등을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인 통화 내용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사기관들은 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다른 객관적 물증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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