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로그인이 되어 있는 아내의 계정에 접속해 소송에 쓰일 자료를 반출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아내와 함께 쓰고 있던 노트북에 아내의 구글 계정이 로그인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당한 권한 없이 사진첩 등에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배우자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빼내 진행 중인 이혼소송과 민사소송에 제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정보통신망법 48조 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A씨는 재판에서 자동 로그인이 되어 있어 탐색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침입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계정 명의자인 아내의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며 "비록 아내의 의사에 반한다 하더라도,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구글이 아내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A씨의 행위는 서비스제공자인 구글의 의사에 반해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어 침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아내가 식별부호를 입력해 구글 계정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아내나 구글의 아무런 승낙이나 동의 없 등을 받지 않고 사진첩에 접속할 수 있는 명령을 입력해 접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제공자인 구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계정 사진첩에 접속한 것이고,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이나 정보의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정보통신망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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