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는 힘의 논리로 살아간다.”
그들은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는 무시한 채, 다수의 힘을 과시하며 조직의 크기로 서열을 가른다. 관용은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짓밟고 부수면 그만이다. 그런 힘에 눌려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며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습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과 닮았다. 여야는 ‘승자독식(勝者獨食) 선거제도’로 인해 힘의 논리에 빠져 서로를 괴롭히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밀린 채, 정쟁의 불길만 타오른다.
22대 총선에서 야당은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거대 세력으로 부상했고, 대통령은 참패했음에도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적 대응으로 맞섰다.
이러한 강대강 대치는 마치 깡패 집단의 세력 다툼처럼 보인다. 헌법 제77조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논하기 전에,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는 외면한 채 힘겨루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서민 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고, 국민은 이런 정쟁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정당은 이미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이 모든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있다. 집권당이 되면 임명직 관료를 대통령 권한으로 임명하는 것이 문제다. 임명직조차 야당에 의석수대로 배분한다면 지금의 문제를 다소 보완할 수 있겠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를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구조는 정권의 극단적 독주와 대립을 불러왔다. 의석수에 따라 주요 임명직을 배분하는 방안을 통해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 제왕적 대통령제는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몰아주며, 정치의 균형과 조화를 저해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내각책임제로 개헌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정치 상황은 조선 시대의 붕당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노론, 소론 또는 남인, 북인으로 갈라져 패거리 정치를 일삼았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백성들은 고통받았고,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영조와 정조는 탕평책을 도입했다. 적대 세력 간 균형을 맞추고 포용하며 정국을 안정시킨 그들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 정치에도 교훈을 준다. 탕평책을 현실 정치에 적용하는 방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대권에 승리한 대통령이 임명직 선임을 독식하는 정치에서는 이번처럼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제는 패거리 정치를 끝내야 한다. 여야는 의석수에 따라 임명직 관료를 배분하고,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하는 협력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공존과 상생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닌 ‘합의와 타협’ 속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서로의 힘이 아닌 국민을 존중하고 믿고 따를 때, 우리 정치는 비로소 깡패 논리를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정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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