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공사)가 해외 수입에 의존해오던 장치의 국산화 도입을 위한 신기술의 공동개발 후 돌연 ‘나 몰라라’ 식으로 나왔다는 공동개발 업체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세계일보 12월1일자 보도)
그런데 이와 관련한 공사의 해명을 두고 신기술 공동개발 업체가 “거짓”이라고 재반박해 진실공방 양상을 띠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수입 의존하던 장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더니 ‘나 몰라라’
부산의 한 중소 종합건설사 A사는 2020년 공사 항만시설부 B차장으로부터 “신기술을 같이 개발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공사가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한 신기술은 부산항 신항에 있는 부두 컨테이너 이동용 크레인 하부 레일에 들어가는 고정 장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크레인 하부와 클립에 들어가는 충격 완화용 고무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모돼 유격이 발생하는데, 제때 손을 보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사는 이 고정 장치를 20년 동안 벨기에의 한 회사로부터 수입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치의 유지·보수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공사가 지역 중소기업에 신기술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A사는 2년여 시행착오 끝에 2022년 이 장치를 대체할 국산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신기술은 기존 공법과 비교해 시공성 및 유지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2022년 1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우수 물류 신기술’로 지정되기도 했다.
A사는 공사와 △50대 50으로 특허 개발에 관한 공동 권리 △공사 발주 사업에 특허공법 우선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신기술(특허)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공사의 입장이 돌변했다는 게 A사 입장이다.
A사는 “신기술의 현장 적용을 호소할 때마다 공사가 매번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신기술 우선 적용이라는 협약 내용을 공사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사에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전문가들 의견·평가를 받기 위한 공정 절차인 ‘공법 심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마저도 수차례 거부했다는 게 A사 주장이다.
◆부산항만공사 “신기술 제품판매 개척에 노력했고, 다양한 현장에 적용했다”며 반박
A사의 이 같은 주장에 공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공사는 “레일보수를 위한 제품을 2020년도부터 공동기술개발을 시작해 2021년도 기술개발 특허 등록, 2022년 SOC기술등록, 2022년 해양수산부 물류신기술 등록 등을 통해 우리 공사는 제품판매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22년과 2023년 공동기술개발 제품을 레일유지보수공사에 적용해 시행했으며, 신항 운영사 요청 및 설계용역 결과에 따라 2024년 ‘레일클립 및 솔플레이트’(신기술 개발 장치)는 일반제품(일반공법)으로 적용했으며, 일반경쟁으로 발주해 업체를 선정했다”며 “올해 레일클립 및 솔플레이트는 다양한 항만에 적용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A사 “공사의 반박은 사실 아냐” 재반박 나서
그러자 A사가 “공사의 해명은 거짓”이라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A사는 ‘공사가 신기술 제품판매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는 반박에 대해 “공사가 실제는 되레 제품판로를 방해했다”고 재반박했다.
A사는 “한 예로 당시 모 방송사에서 신기술 개발에 대한 취재 요청이 왔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홍보와 판로개척이 도움이 될 기회라 보고 공사에 공동인터뷰 참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신기술 제품을 이후 현장에 적용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A사는 반박했다.
A사는 “공사 진행 과정에서 수입제품의 국내 재고가 부족해 차질이 생기자 부득이 당시 시공사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마치 공사가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성실히 협약을 이행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항만공사, 국회의원에 거짓해명 보고서 제출 의혹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사와 관련된 사안은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천‧남해‧하동)이 A사와 관련된 공사 의혹을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사는 서 의원에게 서면으로 답변서를 제출했다. 공사의 이 답변서는 언론 취재에도 그대로 쓰였다.
만약 A사의 반박이 사실이라면 공사는 서 의원에게도 거짓해명 한 셈이다.
A사는 “신기술을 개발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개발하니 나 몰라라 식으로 나오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국회의원에게도 공사가 거짓 자료를 준 것을 보면 복마전이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공사에서 제출한 자료가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그 내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는 “방송사 공동 인터뷰 거절은 공동개발 제품과 유사기능을 하는 특허제품들이 다수 있는 실정이어서 공공기관으로서 특정업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입제품 국내 재고가 부족해 당시 시공사에서 A사 제품을 구매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지난해 A사의 특허제품을 설계단계에서 반영해 발주했으며, A사의 또 다른 특허제품은 시공단계에서 당초 설계에 반영돼 있던 수입제품의 공급이 불안정해 변경이 필요했고 타 사 제품도 있었지만 건설사업관리단의 검토를 통해 A사 제품을 우선구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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