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 27억 사업자 850곳 목표
현장 괴리… 11월까지 131곳 그쳐
中企 “인력 없어… 꿈같은 얘기” 토로
‘동료 추가 업무부담’ 인식 걸림돌
지원제도 적극 홍보 등 개선 필요성
“저희 같은 건설기계 정비 업계에서 유연근무제는 꿈 같은 얘기죠. 선택근무제 같은 근무를 도입할 만큼 인력이 충분치 않아요.”
김창웅 카라인종합정비공장 대표(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는 ‘시차출퇴근’이나 월 소정 근무 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로 하는 ‘선택근무’를 도입할 여력이 없다고 17일 토로했다. 20명 남짓한 직원이 일하고 있는 카라인종합정비공장은 불도저·굴착기 같은 특수차량을 정비하는 중소기업이다. 고객사 상황에 맞춰 업무 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장비들이 오후 4시에 입고되는 날에는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해야 할 수 있다”며 “근로 시간을 근로자가 주체적으로 정하는 유연근무는 대기업이나 서비스업에나 국한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김 대표와 같은 사업주 지원을 대폭 늘렸으나 현장 변화는 더디다. 고용노동부는 ‘일·생활 균형인프라 지원’ 사업으로 기존 재택·원격근무에 대한 근태관리·정보보안 시스템 투자비 지원에 더해 올해 처음으로 시차출퇴근·선택근무 운영을 위한 근태관리 시스템 투자비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해 신규 지원 내용인 근태관리 시스템 투자의 경우 애초 목표를 800개소 지원으로 잡았는데, 지난달 말까지 지원 실적은 48개소에 그친다.
기존 정보보안 시스템 투자비는 최대 2000만원 한도이며, 근태관리 시스템 투자비는 연간 250만원으로 최대 3년(750만원) 지원된다. 각각 50개, 800개소를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 예산은 각각 7억원, 20억원이 책정됐다. 결과적으로 목표치는 크게 미달했다. 올해 11월까지 각각 83개소, 48개소로 총 131개소를 지원해 목표 규모 대비 지원 비율은 15%에 그친다. 그런데도 내년도 해당 사업 예산은 올해와 같은 규모인 총 27억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태관리 시스템 투자 지원은 올해 새로 시작해 홍보가 미비했던 면이 있다”며 “남은 예산은 유연근무제 장려금 지원 사업 예산으로 돌려쓸 수 있어 불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에서는 유연근무가 곧 ‘다른 동료의 추가 업무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이 펴낸 ‘2024년 일터혁신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유연근무제도 활용 관련, 다른 동료들은 추가적인 업무부담을 어느 정도 느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4점 척도)에 평균 2.53점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기업 957개를 대상으로 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선호도는 ‘장려금’(47.6%)이 가장 높았다. 그 외에는 ‘컨설팅’(25.3%), ‘인프라 지원’(19.1%), ‘우수기업 선정 후 혜택 부여’(7.9%)가 차지했다. 정부 지원을 알게 된 경로로는 ‘관련 기관의 소개’(39.6%)가 가장 많고, ‘인터넷 검색’(32.7%), ‘언론 기사 등 홍보’(18.1%), ‘주변 사업장의 소개’(7.1%) 순이었다. 보고서는 “일터혁신 컨설팅에 참여한 기업들은 필요한 정보를 잘 얻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은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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