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국회에 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사회의 주주 가치를 강력히 실현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우리나라 국회에 이런 의견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1999년 설립된 ACGA는 서한에서 “국회가 상법 개정에 대한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하면 한국 기업이 해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CGA는 전 세계 18개 시장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투자은행(IB) 등 101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총 운용 자산은 40조달러(5경8000조원)나 된다.
ACGA는 또 “한국 국회와 금융당국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관행과 소수주주 처우에 관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그룹 재편과 합병, 자사주 남용 등은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고안된 것이며, 소수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장기간 투자해 온 우리 회원들은 기업 관행에 실망감을 느끼며 이사의 역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서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ACGA는 현행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명시하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포함하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즉 △적은 지분 대비 지배주주가 갖는 막강한 권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의 의사 결정 △주주 승인이 필요한 안건과 관련한 주주권의 제한 △소수주주가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의 부재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남은 대안은 ‘회수(divestment)’라고 강조했다.
ACGA는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것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의사결정에서 사외이사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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