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 체제’ 복원하는 과제 가장 시급
시민들, 헌재 압박·여론전 자제해야
헌법재판소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서류 수령 거부와 관련해 “지난 20일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16일부터 헌재가 심판 절차 시작을 알리고 답변을 요구하는 서류를 계속 보냈으나 윤 대통령 측이 1주일 넘게 받지 않자 고육책을 꺼내 든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 조항,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탄핵심판 피청구인이) 소송 서류를 실제로 수령하지 않아도 송달의 효력은 발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탄핵심판이 개시됐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향후 절차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법조인으로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이 법률상 송달의 뜻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서류 수령 거부는 오는 27일 예정된 헌재의 첫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사실상 무산시키려는 재판 지연 전술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일국의 국가원수로서 어떻게 이토록 후안무치할 수 있는지 자괴감마저 든다.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 만큼 이제 헌재가 할 일은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국정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인 가운데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마은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오늘은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조한창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선다. 헌재를 완전체로 만드는 것이 시급한데도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겐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 선출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는 다수 헌법학자의 조언에는 귀를 닫은 채 어떻게든 임명을 막아 보려고 애쓰니 한심한 노릇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9인 체제’ 헌재가 내린 결정만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탄핵심판 절차가 이제 막 시작했는데 헌재 청사는 벌써 찬반 시위대의 대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탄핵 결정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각각 파면, 기각을 촉구하며 보낸 300여개의 화환이 헌재 앞에 죽 늘어선 모습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시민들은 무분별한 헌재 압박을 그만두고 어떤 결론이 나오든 승복한다는 자세로 재판 진행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헌재도 여론에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심리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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