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리버풀과 난타전 끝 3-6 패
손, 3경기 연속 득점 노렸지만 침묵
오프사이드 잦아 공격 흐름 끊기도
살라흐, 2골 2도움… 팀 대승 견인
올 시즌 EPL 골·도움 단독 선두로
양 선수 재계약 난항 속 희비 교차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과 ‘파라오’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1992년생 만 32세라는 점, 축구변방(한국, 이집트)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다는 점, 또 2021∼2022시즌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는 점 등이 그렇다. 한국과 이집트 주장완장을 차고 있고 소속팀에서 간판으로 활약했다는 점까지 같은 둘은 비슷한 길을 걸으며 맹활약해왔다. 손흥민과 살라흐는 2025시즌을 마치고 소속팀과 계약이 끝난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동갑내기 두 선수의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리버풀은 살라흐에게 재계약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2024∼2025시즌 초반 두 선수가 나란히 EPL을 떠나 다른 무대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비슷할 것 같았던 두 선수 길이 서서히 엇갈리는 분위기다. 살라흐가 올 시즌 EPL 득점선두에 올라서며 리버풀과 재계약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반면 손흥민은 과거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2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17라운드 맞대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고, 두 사람 표정은 완벽하게 엇갈렸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3-6으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서서 후반 37분까지 뛰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교체됐다. 손흥민은 82분간 공격포인트는커녕 유효슈팅과 기회창출 등 팀 공격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오프사이드 3회를 저지르며 흐름을 끊기도 했다. 풋몹은 손흥민에게 평점 6.3점을 줬다. 양 팀 통틀어 공격수 최저였다. 손흥민이 리버풀에 강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쉬운 결과다. 손흥민은 이 경기 전까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포함해 16차례 리버풀전에 나서 7골 1도움을 기록하며 무서운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리버풀이 뛰어난 팀이지만 홈에서 6골을 내준 것은 고통스러운 점”이라며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에 대해 실망스러워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경기로 15라운드부터 이어졌던 손흥민 연속 득점 행진도 2경기에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올 시즌 5득점 6도움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토트넘과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올 시즌 성적은 손흥민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살라흐는 이 경기에서 훨훨 날았다. 살라흐는 전반 46분 2-1로 앞선 상황에서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의 골을 도왔고, 후반 9분엔 왼발로, 후반 16분엔 오른발로 토트넘 골망을 갈랐다. 살라흐는 후반 40분 6-3으로 쐐기를 박는 루이스 디아스의 득점까지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골 2도움을 쌓은 살라흐는 올 시즌 15골, 1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 부문에서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13골)을 제치고,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부카요 사카(아스널, 10개)를 누르고 모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2021∼2022시즌부터 10골, 10어시스트 이상을 올리게 된 살라흐는 1992년 EPL 출범 이후 처음으로 4시즌 연속으로, 또 크리스마스 전 두 자릿수 득점과 도움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가 됐다. 살라흐는 EPL 최초로 20득점, 20어시스트 달성 가능성을 키웠다. 이번 경기로 살라흐는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373경기에서 229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팀 역대 최다득점 4위에 올라서는 경사도 누렸다.
살라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전, 두 자릿수 득점과 도움을 기록한 첫 EPL 선수가 된 게 자랑스럽다”며 “리버풀 같은 큰 클럽에서 역대 득점 4위에 오른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버풀에서 기록을 계속 써 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계약과 관련해서 새로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이 팀에서 남겼던 기록이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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