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64)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5년간 더 자리를 지킨다고 로스네프트 이사회가 밝혔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굴지의 석유 등 에너지 회사로, 규모로 따지면 러시아 3위의 대기업에 해당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친은 2012년 5월부터 12년 넘게 로스네프트를 이끌고 있다. 세친은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시(市) 해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던 1990년대 초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만나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푸틴이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크레믈궁의 임자가 되었을 때 세친은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에 임명됐다. 2008년 푸틴이 대통령 3연임 금지 규정 탓에 총리로 내려앉자 세친은 천연자원·에너지 담당 부총리로 입각했다. 이후 러시아 헌법 개정으로 2012년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다시 취임한 푸틴은 세친에게 로스네프트 CEO를 맡겼다.
로스네프트는 옛 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3년 국영기업으로 출발했다가 1995년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2018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4조1340억루블(약 56조원)에 달한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400만배럴(약 6억3560리터)인데 이는 전 세계 1일 석유 생산량의 약 4%에 해당한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앞다퉈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섰다. 이에 따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판로를 잃고 위기에 처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 사이에선 가격이 떨어진 러시아산 원유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했다.
당장 이달 초 인도는 로스네프트와 연간 130억달러(약 18조6433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로스네프트는 인도 정유회사 릴라이언스에 10년 동안 하루 약 50만배럴(약 8000만리터)의 원유를 공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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