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인근 철새도래지…조류 충돌 발생률↑
美서 지난 25년간 16만건 충돌…대응에 年 1조원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5년간 국내 공항에서 조류 충돌 사고가 600여건 발생했다.
특히 무안공항은 전국 지방 공항 가운데 조류 충돌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현 무안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전라남도 무안공항에서 진행한 여객기 사고 브리핑에서 “조류 충돌 사고 등 기상악화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조류 충돌로 인해 사고 항공기의 바퀴에 해당하는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이에 따라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즉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항공기가 조류 충돌로 정상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상공을 돌다가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활주로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관제탑의 조류 충돌 주의 경고를 받았고 1분 뒤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메이데이 선언 2분 뒤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때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항 끝단 구조물과 부딪힌 후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623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8건에서 팬데믹으로 운송량이 줄어든 2020년 76건으로 감소한 뒤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지난해 152건으로 늘었다. 이 기간 조류 충돌로 인해 항공기 7편이 회항했다.
공항 주변의 조류 서식지가 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은 조류들이 공항 내 녹지대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조류 충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무안공항 인근 창포호 등은 철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철새 도래지다. 이 영향으로 무안공항은 전국 지방 공항 중 조류 충돌 발생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건이었다. 이 기간 무안공항을 오간 항공기가 1만1004편인 점을 고려하면 발생률은 0.09%로 추산된다.
이는 김포(0.018%), 제주(0.013%) 등 타 주요 공항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절대적인 충돌 건수가 극히 적어 유의미한 통계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새와 비행기 간 충돌은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가 1만미터 이상의 상공에서 순항할 땐 고도가 높아 새와 충돌할 일이 없지만,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인 지상 2.5km 이하의 상공에서는 비교적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새가 빠른 속도로 상승 또는 하강 중인 항공기와 부딪힐 경우 엄청난 충격을 주는데, 이륙 중인 항공기가 몸무게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와 충돌했을 때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엔진의 팬 블레이드가 망가지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랜딩기어 등의 작동에도 영향을 미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5년간 새와 비행기 충돌 사고가 16만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멕시코시티발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1498편이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 착륙 전 대형 조류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충돌로 인해 기체 앞부분에 크게 구멍이 뚫렸으며, 새는 죽은 상태로 기수에 박힌 채 공항에 착륙했다.
당시 아메리칸 항공사 측은 “새의 충돌로 인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이돔(Radom) 부분이 손상된 여객기는 조류 제거와 수리를 위해 격납고로 옮겨졌으며, 아메리칸 항공은 해당 여객기 대신 남은 비행을 위해 다른 항공편으로 대체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지난 1990년에서 2015년까지 25년간 발생한 새와 비행기 충돌 사고는 16만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세계 항공시장이 조류 충돌 대응에 매년 1조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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